[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지난해와 같은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선 원자재발(發) 인플레이션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긴축, 중국의 성장 둔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특히 미·중 갈등과 중국경제의 연착륙을 대비해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줄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주요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한국의 금리 인상폭이 커질 경우 한계기업 비중이 큰 한국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같은 내용의 '2022년 한국경제 5대 리스크' 보고서를 31일 발표하고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직면한 위험요인을 분석했다.
우선 글로벌 원자재가격 급등에 따른 국내 물가 상승이 수출단가 인상으로 이어져 한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전경련은 우려했다.
국제 원자재가격의 전반적 흐름을 보여주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원자재지수는 지난 27일 기준 작년 초 대비 51%나 급등했다. 제조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철강 가격도 톤(t)당 42만원에서 65만5천원으로 56% 상승했다.
원자재가 상승은 기업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고,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소비자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아울러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긴축 전환도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전세계에서 고(高)물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목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중에 풀렸던 유동성 회수에 나설 전망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조만간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선진국의 금리 인상폭이 클 경우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상 압력을 더 크게 받게 된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충당할 수 없는 한계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한계기업 비중은 1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국 중 캐나다와 미국, 그리스에이어 네 번째로 컸다. 여기에 더해 치명률이 높은 신종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면 한국 경제가 둔화할 가능성은 더 커진다.
ING 글로벌 전망에 따르면 신종 바이러스 출현 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최대 3.1%p 떨어지는 등 선진 경제권의 성장률이 2∼3%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수출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전경련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미·중 갈등과 중국경제의 연착륙이라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5.2%로, 전 세계 성장률 전망치인 4.9%를 상회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이 글로벌 경제회복과 공급망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대(對)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미·중 갈등 속에서 우리나라 기업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전경련의 주장이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가 산업생산 차질 등으로 성장률이 둔화하는 것도 우려다.
IMF에 따르면 주요 7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5.6%를 기록하며 코로나19 이전(6.0%)보다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성장률이 1%p 하락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1∼0.15%p 떨어진다.
전경련 관계자는 "한국은 대중국 수출의존도와 중간재 수입의존도가 높아 중국 경기둔화에 따른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다"면서 "예견되는 위기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