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록 공개 후 불확실성 걷어내면 방향 잡힐 것"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전운이 감돌았던 동유럽발(發) 긴장감이 완화되면서 금융시장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기록적인 물가 오름세를 확인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 가능성에 따른 위기감은 여전하다. 이 때문에 긴축 강도를 확인할 수 있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오후 2시30분 기준 전거래일보다 2.2bp 낮은 2.321%를 기록하고 있다. 5년물(2.49%)과 10년물(2.70%) 금리 역시 전거래일보다 각각 2.7bp, 0.9bp 하락했다. 미국 국채 수익률 역시 장단기차 금리가 벌어지는 스티프닝을 나타냈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 주요 3대지수 모두 반등했으며, 코스피지수도 기관 매수세에 2% 가까이 반등에 성공했다.
국제유가 및 환율도 오름폭을 일부 되돌렸다. 이날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3.6% 내린 92.07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원·달러 환율도 현재 전거래일(1199.8원)보다 2.8원 내린 1197.0원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간 갈등 국면에서 긴장 완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시장의 우려를 덜어냈기 때문이다. 군사적 충돌 날짜가 특정되며 전운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으나,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배치했던 부대 일부를 본진으로 복귀시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소 누그러졌다.
동유럽발 지정학적 리스크는 완화됐지만, 시장은 여전히 연준의 긴축 움직임에 대해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보다 1%, 1년 전보다 9.7% 상승했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생산자물가는 자국 시장 내 공급하는 상품의 서비스·가격 변동을 보여주는 지표로,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근래 7%를 웃돌며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PPI 상승률이 현지 언론에서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1.0%)를 크게 웃돌았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압력이 커질 수 있음을 확인하면서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마무리되는 오는 3월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의중을 내비쳤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최대 7회 금리인상도 가능하다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특히 3월에는 25bp 인상이 아닌 50bp 인상 가능성까지도 점쳐지고 있다. 금리인상 기조가 너무 빠른 것이 아니냐는 '신중론'도 연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으나, 가팔라지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연준이 금리인상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지난 14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통화 완화 정책 축소 조처를 이전 계획한 것보다 더욱 앞당겨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올해 상반기 내 금리를 1%p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라드 총재의 주장대로 한다면 연준은 오는 3월과 5~6월 FOMC에서 금리를 매번 올리는 것은 물론, 이중 한 번은 '빅스텝'(50bp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한다.
이날 밤 공개될 FOMC 의사록 내용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달 통화긴축의 가장 강력한 수단인 양적긴축(QT)에 대한 원칙이 공개된 가운데 회의 내용에서 QT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됐다는 게 확인될 경우 시장은 재차 '긴축 공포'에 빠질 수 있다. 다만, 연준의 포워드 가이던스가 명확해짐에 따라 불확실성을 걷어내며 시장의 불안을 줄일 수도 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대차대조표와 관련해 세부적인 일정 또는 계획이 공개될 것이란 기대는 크지 않다"면서 "지난 1월 FOMC에서 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QT에 대한 원칙을 확인한 상황에서 구체적 논의가 진행됐다는 것을 확인할 경우 시장의 불확실성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같은 상황으로 정상화 기조에 대한 불확실성이 걷어지면서 불안한 현재의 시장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때 국채 금리 하락 및 가격 상승으로 채권으로의 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날 수 있고, 증시에선 경계에 민감한 주식 또는 가치주 등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