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운 고조···對러 경제제재 강화 가능성↑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러시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은행권의 신북방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 신북방 지역은 러시아-중앙아시아-유럽으로 이어지는 경제적 요충지로서 문재인 정부가 신남방 지역과 함께 진출을 적극 추진해온 곳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 제재 등 러시아를 둘러싼 정치적 이슈가 끊이질 않고 있어 국내 은행들이 진출을 적극 타진하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신북방 지역에 진출한 은행은 신한·하나·우리·IBK기업·산업은행 등이다. 러시아에는 우리·하나은행이 현지법인을, 기업·산업·수출입은행이 사무소를 두고 있다. 신한은행은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각각 현지법인과 사무소를 두고 있다. 산업은행도 우즈베키스탄에 현지법인 형태로 진출해 있으며 같은 지역에 수출입은행은 사무소를 두고 있다.
신북방 지역은 개발도상국이 다수 위치한 만큼 성장 동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이들 국가가 농업, 보건, ICT·디지털 분야 육성에 주력하고 있어 선진 기술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기에도 용이하다. 국내 기업들이 현지에 정착하려면 금융지원이 필요한 만큼 국내 은행들의 현지 진출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인 것과 별개로 은행들은 신북방 지역을 글로벌 핵심 전략으로 가져가기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러시아를 둘러싼 정치적 요인들 때문이다.
최근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군사적 대치 상황이 대표적인 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인근 지역 국가들의 긴장감도 높아진 상황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은 국가의 통화·금융시장은 그만큼 변동성이 커 안정적으로 투자하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러시아 제재 조치 강화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앞서 미국은 크림반도 무력 병합 사태가 일어났던 지난 2014년부터 러시아에 대해 일부 수출입금지 제재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할 경우 제재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할 경우 '세컨더리보이콧' 행사와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도 현실화할 수 있다.
세컨더리보이콧이란 제재대상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은행에 추가 제재를 가하는 조치다. 세컨더리보이콧이 적용되는 은행은 외국환 거래가 전면 중지돼 사실상 영업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현 시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전면전에 따른 미국의 대러시아 강경 제재조치가 현실화하는 것"이라며 "대표적으로 러시아 금융기관의 달러 결제망 퇴출과 같은 제재조치를 시행하면 글로벌 자금흐름 경색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를 필두로 한 신북방 지역의 정치적 리스크가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해당 지역으로의 진출을 눈여겨봤던 일부 국내 은행들도 현재는 언급을 조심스러워 하는 눈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어느 국가든 정치적인 리스크는 존재하기 때문에 글로벌 투자를 할 때는 일부 모험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러시아나 인근 지역은 국내 은행들이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기존에도 그랬지만 특히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더더욱 신북방 진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