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면초가에 직면한 한은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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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한국은행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선제적인 금리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귀시켰다. 5개월 만에 0.75%p 금리를 인상한 한은의 긴축 기조에 경제계 안팎의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한은의 선택이 물가 급등세에 선제 대응을 한 셈이 됐다.

하지만 안도의 한숨도 잠시, 한은은 재차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40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그간의 완화적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를 벗어던지고, '매파'(통화긴축 선호) 본색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2개월 연속 7%대(전년동월대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본 것은 물론,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는 생산자물가(전월대비)도 지난달 시장의 전망치를 두 배 가까이 웃돌았다. 이 때문에 연준이 내달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끝나는 대로 금리를 0.5%p 인상하는 '빅스텝'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더해, 올해 최대 7번의 금리인상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지 언론들은 연일 '긴축 공포'에 대한 위기 의식을 전달하고 있다.

이처럼 한은의 금리인상압력은 더욱 높아지고 있지만, 시장 금리는 더욱 가파르게 뛰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초저금리 시대의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을 끌어모은 투자)을 주도한 세대가 2030세대라는 점은 더욱 큰 문제다. 앞으로 우리 사회를 지탱해야 할 구성원들의 부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수 있는 만큼, '부채함정'에 대한 지적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국내에선 한은의 '갈지(之)자 행보'를 지적하는 언론의 공세가 드세다. 최근 정치권 내 추가경정예산(추경) 증액 논의로 국고채 금리가 치솟았다. 한은은 이를 막기 위해 국채매입에 나선다고 밝혔는데, 이런 국채 매입이 물가안정을 위해 그간 금리를 올려온 행보와 모순된다는 것이다. 추경 재원을 위해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한다는 '부채의 화폐화' 우려다.

하지만 국채 등 증권을 사고팔아 시장의 금리를 기준금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은 한은의 가장 기본적인 공개시장조작 수단 중 하나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추경 논의가 지속되면서 이를 한은이 수습하는 모양새는 결코 좋은 그림은 아니다. 하지만 '금리발작'이 한은의 금리 결정 자체를 훼손시키는 것을 방치할 수도 없는 일이다. 되레 나올 돈 구멍도 없는 무리한 추경 논의를 지속하고 있는 정치권을 비판해야 한다.

전 세계가 긴축 흐름에 들어선 가운데 경기 흐름을 꺾지 않기 위한 균형 잡힌 통화정책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선 대통령 선거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만큼, 한은의 결정에 정치적 해석을 온전히 배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코로나 위기를 무탈히 벗어난 것처럼, 다시 한 번 선택의 기로에 선 한은이 지혜로운 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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