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부실 우려···지원기간 단축·이자지원 종료 언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8일 시중은행장과 만나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재연장 방안을 논의한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고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주요 시중은행장들과 만나 코로나19 대출 연장 세부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고 위원장은 지난 23일 예금보험공사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은행장들을 만나 추가 연장 방안을 대략적으로 논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번 코로나19 대출 재연장은 이달 21일 국회에서 추가경정(추경) 예산안이 의결·확정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국회는 소상공인 및 방역 지원을 위한 추경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전 금융권의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재연장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는 부대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애초 금융당국은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를 기존 계획대로 3월 말 종료하고, 종료에 따른 충격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연착륙 방안을 시행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국회가 코로나19 지원 조치 재연장을 결정하면서 당국도 재연장으로 선회하게 된 것이다.
구체적인 코로나19 지원 조치 재연장 방안은 대선 이후인 다음달 중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큰 틀에서의 재연장 방안은 이르면 이번주 중 나올 예정이다.
세부적으로는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시기를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거나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조기 종료하는 방안 등이 언급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잠재부실 확대를 이유로 이자만이라도 먼저 상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21%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전인 2019년 11월 말(0.48%%)과 비교해 0.27%p(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코로나19 지원 조치가 2년간 연장되면서 연체 채권이 연체율이 반영되지 않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지원조치 재연장 및 종료에 따른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권에 충당금 추가 적립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한계차주와 부실대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충당금 적립 만으로 잠재부실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달 말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코로나19 지원책의 일환으로 상환을 미뤄준 대출원금과 이자는 140조원에 육박한다. 만기가 연장된 대출잔액은 129조6943억원, 원금·이자상환 유예 규모는 9조7551억원가량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 대출이 연장되면서 정확한 잠재부실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재연장은 이미 확정됐으니 오늘 간담회에서는 한계차주 등 애로사항을 중점적으로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