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마트·슈퍼, 신한카드 '보이콧' 선언···'을-을 갈등'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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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트협회 '일반가맹점 카드수수료 일방 인상 통보 규탄'
법인카드 해지에 주거래 은행도 전환···"협상 채널 필요하다"
신한카드 "인상은 극소수"···업계 "적격비용 산정 해소돼야"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카드사들이 중·대형 가맹점과 '카드 수수료율'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한국마트협회가 신한카드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통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신한카드 가맹점 해지 및 주거래은행 전환 등 신한카드사와 관계된 모든 금융거래를 중단하겠다며 '범신한 보이콧'을 결정했다.

카드사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곳을 제외한 일부 가맹점에 인상을 알리고 협상 중이라고 밝혔지만, 마트협회는 협상할 기회조차 없었다고 주장하며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3년마다 반복되는 수수료 전쟁에서 카드사·자영업자 모두 '을'이 되는 '을-을 갈등'이 다시 촉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한국마트협회 "3월부터 신한카드 가맹점 해지"

한국마트협회는 28일 오전 11시 서울 정부종합청사 금융위원회 앞에서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일방적인 인상 결정을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유은실 기자)
한국마트협회는 28일 오전 11시 서울 정부종합청사 금융위원회 앞에서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일방적인 인상 결정을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유은실 기자)

한국마트협회는 28일 오전 11시 서울 정부종합청사 금융위원회 앞에서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신한카드와 가맹 계약을 해지하고, 주거래 은행이 신한은행인 경우 다른 은행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수수료율 인상에 대한 통보를 '카드사의 횡포'로 규정하고, 3월부터 신한카드 보이콧을 진행해 일반가맹점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홍춘호 한국마트협회 이사는 "어떤 상품이건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거래조건과 가격협상은 필수적인데, 유독 카드수수료만 금융위의 의무수납제 하에서 가맹점은 일말의 협상 여지도 없이 카드사가 정한 수수료율을 따라야 한다"며 "카드사들은 협의를 한다고 하지만 엽서 하나 달랑 보내고 수수료 인상에 대한 근거는 전혀 밝히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신한카드가 협회 회원사 대부분에게 2.3%에 근접한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내일부터 3월 중순까지 가맹점 해지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법인사업자들은 신한 법인카드를 다 해지하고 신한은행 주거래도 전환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마트협회에 따르면 신한카드가 통보한 수수료율은 표본으로 취합한 478개 회원 평균은 2.28%, 최고율은 2.3%에 달했다. 신한카드의 평균 인상폭은 0.26%포인트(p)로 △BC카드 0.10%p △KB국민카드 0.10%p △하나카드 0.09%p △삼성카드 0.09%p △NH농협카드 0.08%p △현대카드 0.05%p △롯데카드 0.04%p △우리카드 0.02%p보다 높은 수준이다.

신한카드가 업계 1위인 만큼 고객 수도 많아 수수료 인상에 대한 부담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소매 영업현장에서 카드결제 비율이 90%를 넘은지 오래라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큰데, 이에 대해 목소리를 낼 만한 통로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홍 이사는 수수료율 협상에 대해 "협상이 가능하려면 기존 수수료를 조정할 수 있는 채널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전혀 없었다. 적격비용이 산정된 3년, 6년 전에도 통보만 있었지 어떠한 협상도 없었다"며 "공문에 적어 보낸 전화번호도 콜센터 번호라, 피드백을 주겠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종별 특수성을 감안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여러 상황을 고려해 수수료를 협상하고 정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이런 구체적인 방법이나 채널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거래 중단 조치 등이) 다른 카드사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트협회에 소속된 마트·슈퍼마켓 회원은 5800여 곳에 달한다. 

◇ 신한카드 "영업채널 통해 개별 협의"···수수료 갈등 지속 "정책·구조적 문제"

신한카드의 가맹점 수수료율 조정 안내문. (사진=한국마트협회)
신한카드의 가맹점 수수료율 조정 안내문. (사진=한국마트협회)

반면 신한카드는 이번 수수료 인상은 적격비용 산정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연 매출 30억원 이상인 소수의 가맹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협상에 대해서도 영업채널을 통해 개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달부터 우대수수료율이 변경되면서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이 최대 0.3%p 내려갔다. 금융위에 따르면 변경된 카드 가맹점 우대 수수료율은 0.5~1.5%로, 연 매출 30억 이하 신용카드 가맹점 287만곳 이상이 해당 혜택을 받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전체 마트 가맹점 중 약 90% 정도가 영중소가맹점으로 분류돼 1.5% 이하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어 인상되는 가맹점은 극소수 수준으로 미미하다"며 "이 또한 적격비용을 반영한 것으로 이들 가맹점에 대해서는 영업채널을 통해 개별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드업계는 가맹점과 수수료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거래 중단이라는 초강수가 나오자 긴장한 모양새다. 카드사들은 시장 지배력이 높은 대형 가맹점과의 협상도 매듭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에서는 3년 전 중소상인들과 카드사 사이에서 나타난 '을을갈등'에 더해 '가맹 해지'라는 악재가 겹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18년 한국마트협회를 비롯한 상인단체 20여 개는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철폐 전국투쟁본부'를 구성하고 카드수수료 인하를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카드노조는 일방적인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대기업의 카드 수수료를 인상해 더 이상 중소 상인 단체들과 을들 간의 분쟁을 야기하지 말자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대형가맹점과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카드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낮은 수수료율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수수료율 관련 협상 과정에서 갈등을 빚은 결과, 이마트는 2000년대 초 비씨카드의 수수료 인상 통보에 반발해 가맹계약을 해지했다가 7개월 뒤 수수료율을 조정했다. 지난 2019년엔 현대차가 신한·삼성·롯데카드의 카드 결제를 거부한 사례도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해지는 현금·카드 서비스 제공시 고객에게 차별을 두지 않겠다는 등 여신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어,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다만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다른 업종으로 보이콧이 번질 수도 있어 민감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중소 가맹점과의 마찰, 대형 가맹점과의 협상 난항은 3년 전에도 본 듯한 기시감이 든다"며 "같은 문제가 지속되는 것은 (수수료율 산정 과정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 개선 TF에서 정책과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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