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대출금 잔액 1580.7조···서비스업에서 146.4조↑
빚으로 연명한 자영업자···시설자금 증가폭도 '역대 최대'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우리나라 기업 및 자영업자가 은행 등에서 빌린 돈이 지난해에만 187조1000억원 늘었다. 서비스업에서만 146조원이 넘게 늘었는데, 이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도소매업 업황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대출이 크게 확대된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21년 4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대출금'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대출금 잔액은 1580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7조1000억원 늘었다. 이는 전년(164조7000억원)보다 오름폭이 확대된 것은 물론, 지난 2008년 통계 편제 이후 가장 많았다. 다만, 4분기 중으로는 50조1000억원이 늘어 전분기(52조2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축소됐다.
산업별대출금은 원화대출 중 가계대출을 제외한 것이다. 대부분 기업대출로 정부·공공기관 대출 등도 포함된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대출이 확대된 가운데 서비스업의 오름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 4분기중 서비스업은 부동산업·도소매업 등을 중심으로 40조4000억원 늘었다. 전분기(41조2000억원)보다 오름폭은 다소 축소됐지만,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부동산업(11조2000억원)은 시설자금 투자 감소에도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지속된 영향으로, 도소매업(10조5000억원)은 코로나 영향에 대형마트·소형소매점의 업황 부진으로 대출이 늘었다.
이로써 지난해 서비스업 대출 잔액은 1027조2000억원으로, 1년 새 164조4000억원이 확대됐다. 이중 부동산업과 도소매업이 각각 44조3000억원, 36조6000억원씩 늘었는데, 모두 역대 최대 증가폭으로 집계됐다.
송재창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코로나에 따른 서비스업 업황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주택 대출 규제 영향으로 업황이 둔화되자, 수요가 상업용 부동산 투자로 크게 이동했다"면서 "지난해 4분기중에는 금융·보험업(7조2000억원)의 오름폭이 확대됐는데, 이는 비은행금융기관이 운전자금을 중심으로 예금은행으로부터 차입을 늘린 영향으로 보여진다. 이는 자금조달 운용 상의 이유로 일시적인 요인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2조8000억원)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중에 업황 개선, 연말 재무비율 관리 노력 등에 증가폭이 전분기(7조7000억원) 대비 축소됐다. 특히 △금속가공제품(-2000억원) △자동차·트레일러(-3000억원) 등이 감소 전환한 데 이어 △기타기계·장비(-1조원)의 감소폭도 확대됐다. 지난해 대출 잔액은 415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22조5000억원 늘었으며, 오름폭은 다소 축소됐다.
용도별 대출 잔액은 △운전자금 930조5000억원 △시설자금 650조2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1년 전보다 각각 106조8000억원, 80조3000억원씩 늘었다. 운전·시설자금 모두 전년보다 오름폭이 확대됐으며, 시설자금은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업권별로도 예금은행 대출 잔액은 1140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조7000억원 늘었다. 비은행예금기관 역시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잔액은 440조1000억원을 기록, 같은 기간보다 90조4000억원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