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8위 생보사···비은행 강화 효과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KB금융그룹 보험 자회사인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 통합 작업을 올해 안으로 마무리하기로 하면서, 두 생명보험사의 공식 출범이 한발 더 나아가게 됐다. KB표 통합 생명보험사 출범은 자산 기준 8위 생보사의 탄생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화학적 통합이라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KB금융그룹은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보험의 통합을 결정했다. 통합 생보사 출범 시기는 내년 초로 예상되며, 사명은 올해 하반기 중에 결정될 전망이다. 양사가 통합하면 약 33조원 규모, 업계 8위 생보사로 올라서는 동시에 KB금융그룹의 비은행 포트폴리오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KB금융은 자료를 통해 "양사 통합을 통해 성장잠재력 및 사업역량 강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 자본건전성 제고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업무공간과 IT통합 등 물리적인 통합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기업문화의 융화, 직원 간 화합 등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통합사가 출범하게 되면 KB금융이 거느리는 생보사의 몸집이 커질 예정이다. 푸르덴셜생명 자산은 23조원, KB생명은 10조원 수준이다. 지난 몇 년간 리딩금융그룹 자리가 비은행 부문에서 갈린 것을 고려하면 KB금융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밑지지 않는 장사'인 셈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보험은 괜찮은 비즈니스"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인수가가 '비싸다'는 평가에도 승부수를 띄운 배경에는 '몸집 불리기'에 대한 필요가 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우량 생보사를 인수해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를 성장 전략으로 내세웠다는 설명이다.
푸르덴셜생명은 지난 2020년 9월 KB금융그룹의 자회사 편입을 완료했다. 푸르덴셜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362억원으로 전년 대비 210% 가량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은행·증권·카드에 이어 4번째로 높은 당기순이익을 올리면서 KB금융 내 비은행 사업 부문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KB생명은 같은 기간 446억원이라는 당기순손실을 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한생명과 오렌지생명 통합이 '빅3'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의 통합은 업계 8위 수준이라 당장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KB금융그룹의 지원 의지가 강한 만큼, 중장기적인 시각에서는 생명보험시장의 재편도 기대해 볼만하다"고 전망했다.
이번 결정으로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이 하나의 생명보험사가 되기 위한 첫걸음 내딛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규모의 차이를 넘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KB생명이 금융그룹 내 대표 생보사였지만, 푸르덴셜생명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만큼 화학적 결합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양사의 장점을 융합하는 일이 만만찮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적인 설계사 조직을 비롯해 종신보험에 강점이 있는 푸르덴셜생명과 GA 채널에 강점이 있는 KB생명의 결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생명보험업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장점이 시너지를 내는 것이 가장 좋지만, 실제 영업 현장에서는 자칫하다가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평가다.
미국계 회사였던 푸르덴셜생명과 국내 금융그룹 계열사인 KB생명의 기업문화 차이도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통합과정에서 기업문화 쇄신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이는데, 실무 현장에서 조직문화를 융합하는 작업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금융그룹 내 통합이다 보니, 다른 금융계열사와의 인사·급여·복지 체계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통상적으로 금융그룹 계열사의 급여 수준은 은행·금융투자·생명보험 순으로 알려져있는데, 외국계 회사는 복지가 적은 대신 급여가 높아 통합사 급여·복지 체계 정비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KB금융그룹 내 있던 KB생명보다 푸르덴셜생명의 자산규모가 크다는 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가진 외국계와 국내 금융지주 문화는 상당히 다르다는 점 등이 최대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공시에 따르면 KB생명이 350명, 푸르덴셜생명이 550명 정도로 집계된다"며 "임직원이 회사 규모에 비해 인력 차이가 크지 않을 경우 인사 통합에 꽤 애를 먹을 수 있고, 결국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면 직원 이탈도 가속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