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약 2년만에 20원 넘게 급락
[서울파이낸스 박조아 박성준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협상단이 평화안을 구성하고 있다는 소식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낮아지면서 금융시장이 미소짓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금리 인상 스케줄을 구체화하면서 불확실성 우려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다.
이에 17일 코스피는 1%대, 코스닥은 2%대 상승했으며 환율은 하루만에 20원 넘게 빠졌다. 미국의 긴축 우려가 완화된 것도 투자심리 회복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5.28p(1.33%) 증가한 2694.51에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4.04p(1.66%) 오른 2703.27에 출발한 이후 상승흐름을 보였다.
투자자주체별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638억원, 2498억 원어치 사들이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개인은 홀로 6947억 원어치 팔아치웠다. 프로그램 매매에선 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 모두 매수 우위를 보이며 총 6661억9300만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현지시간 16일 미 연준은 3년여 만에 처음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통상 미국의 금리인상은 달러의 가치를 절상시키고, 외화가 빠져나가는 재료로 소화된다. 하지만 이날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는 시장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또한 연준은 반드시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미국 경제에 대한 강한 신뢰를 내비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걷어냈다는 평가다.
이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협상단이 평화안을 구상 중이라는 소식에 지정학적 리스크도 상당폭 줄었다.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섰던 국제유가는 현재 100달러 밑으로 내린 90달러선에서 머무르고 있으며, 밀·대두 등의 곡물가격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주 250% 급등하며 거래가 막혔던 니켈도 가격을 낮추는 등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휴전 가능성을 높이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의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인 0.25bp 금리인상과 파월의장의 경기낙관 발언, 러시아·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중국의 경기부양의지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며 "시장을 압박했던 불확실성 요소 일부가 해소되면서 위험선호심리가 회복됐다"고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대부분 상승했다. 비금속광물(3.01%), 증권(2.37%), 전기전자(2.16%), 서비스업(1.93%), 화학(2.06%), 보험(1.01%), 의약품(0.36%), 의료정밀(0.20%), 운수장비(0.29%), 운수창고(0.30%) , 금융업(0.87%) 등이 줄줄이 상승했다.
시가총액 상위주는 대부분 상승했다. 삼성전자(1.14%), SK하이닉스(6.44%), LG에너지솔루션(3.44%), NAVER(4.24%), 삼성SDI(2.01%), 카카오(2.40%), 현대차(0.30%), 셀트리온(2.49%), KB금융(1.76%), POSCO홀딩스(0.18%) 등이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일대비 22.33p(2.50%) 증가한 914.13에 마감했다. 전장보다 11.95p(1.34%) 오른 903.75에 출발한 지수는 상승폭을 확대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주도 대부분 상승우위를 차지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4.76%), 에코프로비엠(5.57%), 펄어비스(3.46%), 엘앤에프(7.57%), 카카오게임즈(4.12%), 위메이드(5.69%), 천보(8.77%), 에코프로(3.16%) 등이 지수를 끌어올렸다.
환율은 하루 만에 20원 넘게 빠지면서 2년 만에 최대 급락폭을 기록했다. 이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거래일(1235.7원)보다 21.4원 빠진 1214.3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20원 넘게 급락한 것은 지난 2020년 3월27일(22.2원↓) 이후 약 2년 만이다. 환율은 오전 11.4원 내린 1224.3원으로 개장해 종일 내리막길을 걸었으며, 특히 장중 한 때 하락폭은 23.5원을 기록하며 1212.2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결국 시장의 불안 심리를 가중시키던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환시에 영향을 미쳤던 재료들은 모두 '리스크오프(위험자산회피)' 심리를 가라앉혔다. 전날 99선까지 올라섰던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98선 초중반으로 내렸으며, 외환당국의 시장안정화 메시지, 대규모 롱스탑(달러매수 포지션 청산), 수출업체 네고(달러 매도) 등이 맞물렸다.
한 은행권 외환 딜러는 "당초 원·달러 환율이 1240원까지 치고 올라갔던 것 자체가 오버슈팅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었으며, 역사적으로도 1250원에 육박하는 환율이 오랜 기간 이어진 경험이 없다"면서 "일방적인 원화의 평가절하를 받을 국내 경기 및 펀더멘털도 아니었다. 결국 시장의 불확실성에 따른 우려가 소멸되면서 환율이 크게 내려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요일 하루 더 남은 상황에서 처리해야 할 결제 수요(달러 매수)는 기다리고, 네고 물량은 쏟아지면서 수급불균형이 무너졌다"면서 "일시적으로 재차 1220원 상단으로도 레벨을 높일 수 있으나, 4월 넘어가면서 1200원 밑으로 내려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