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이달말 한국은행 총재 8년간 임기를 마무리하는 이주열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계속 줄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수 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며, 향후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차기 한은 총재로 지명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앙담당국장에 대해서는 "학식과 정책운영 경험, 국제 네트워크 등 여러 방면에서 출중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23일 퇴임을 앞두고 열린 송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금융불균형 위험을 줄여 나갈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는 계속 줄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빠른 속도의 금리인상을 예고했는데, 우리가 지난 8월 이후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잠시 금리정책 운용의 여유를 갖게 된 점은 다행"이라면서도 "금리인상은 경제주체들에게 금융비용 부담으로 이어져 인기없는 정책이지만, 자칫 타이밍을 놓치면 국가경제 전체적으로 훗날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그는 새 정부가 대출규제완화, 재정지출확대 등을 강조하면서 통화긴축 기조가 약화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이 총재는 "미국 통화정책의 파급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겠으나, 연준의 결정을 곧바로 한은의 통화정책 운용과 직접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통화정책은 완화 정도를 줄여나가고, 재정정책은 필요한 곳으로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정책 조합은 앞으로도 유용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전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및 소비자물가 전망도 향후 조정될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 총재는 "2월 수정경제전망의 경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에 나서기 전의 전망으로, 침공이 없을거다는 가정 하에 전망치를 제시한 것"이라면서 "현재 러시아의 무력 침공은 현실화했고, 전제보다 상황이 악화된 것은 자명하다. 국제유가·원자재 가격 급등이 국내 물가에도 상승압력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이며, 향후 성장 전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기 총재로 지명된 이창용 국제결제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국장과 관련해서는 "이 후보자는 학식을 비롯해 정책 운용 경험, 국제 네트워크 여러 방면에서 출중한 분"이라면서 "저보다 더욱 뛰어난 분이기에 제가 조언을 드릴 것은 따로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그는 임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통화정책 운용으로 '코로나19 대응'을 꼽았다. 이 총재는 "어느 것 하나 쉽거나 중요하지 않은 때가 없었다"라면서 "통화정책 운용은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태생적 어려움이 존재한다. 상상하지 못했던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고, 이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긴박하게 협의하고 토론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일관성 있고 예측가능한 통화정책을 통해 신뢰를 만들 수 있다. 중앙은행의 존립기반은 국민들의 신뢰에서 나온다"면서 "액션을 취할 때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앞을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적시에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임기 소회를 전했다.

한편, 1977년 한은에 입행해 43년간 한은에서 일한 이 총재는 불확실성이 높은 위기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움직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한은의 주요 요직 등을 두루 거치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17년간 참석했다. 금통위 의장으로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76회 주재했으며, 이 총재 재임 기간 내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9차례 인하하고, 5차례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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