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 사태여파 등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무역수지 적자의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잇다. 물가 상승의 주 요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무역수지 적자는 60억달러에 육박했다.
28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3월 20일까지 3대 에너지(원유·가스· 석탄) 수입액은 384억966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85.4% 늘었다. 이중 원유 수입액이 69.8% 늘었고 가스 수입액은 92.0%, 석탄 수입액은 150.6% 증가했다.
3대 에너지 수입액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을 월별로 보면 1월 131.4%, 2월 53.4%, 3월 1∼20일 75.5% 등이다.
이처럼 에너지 수입액이 급증한 이유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은 코로나19 이후 경제 활동 재개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공급 회복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지난해부터 상승 흐름을 보였다.
여기에 전 세계 원유의 약 12%, 천연가스의 약 17%를 생산하는 러시아가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나서면서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는 추세다.
작년 1월 배럴당 50달러대 초반 수준이었던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연말에는 70달러대 후반으로 올랐고, 이달 9일에는 127.86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 24일 종가는 115.60달러였다.
가파른 에너지 가격 상승은 개별 기업의 이윤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무역수지와 물가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수입 가격이 오르면 경상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고 때에 따라 적자로 갈 수도 있다"며 "국내 생산자 물가,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으로도 작용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무역수지는 59억77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무역수지가 66억600만달러 흑자였다.
정부는 지난해 말,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상수지가 80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흑자 규모가 이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정부는 국제유가가 작년 4분기 정점을 찍고 완만히 하락해 연평균 73달러 수준(두바이유 기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으나 현재 유가는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가 0.79%포인트로 가장 높았다. 국제 유가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이번 달과 다음 달에는 물가 오름세가 더 가파를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 실장은 "국제 에너지 가격 오름세 지속 여부는 국제 정세에 달려있다"라며 "지금 당장 해소될 것이란 신호가 별로 없기 때문에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생각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