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균형이자율보다 낮을 땐 가계부채가 국가경제에 악영향"
"상반기 물가상승률, 예상보다 높을 것···불확실성 굉장히 크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가계부채와 관련해 "부동산 문제와 연결이 되어 있어 단기간 위험요인은 아니나,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금리를 통해 가계부채 문제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는 연내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통해 가계부채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자는 1일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태스크포스(TF) 사무실로 첫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한은 총재가 되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함께 가계부채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정책을 펼칠 것인지 논의할 것"이라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는 가계부채 속도를 잡을 수 있는 그런 정책적 노력에 한은이 분명한 시그널을 주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누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은이 더욱 분명한 금리인상 기조를 내비쳐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자는 "이자율이 균형 이자율보다 너무 낮을 경우에는 가계부채가 굉장히 늘어나 자산가격에도 영향을 주고 나중에 국가경제 안정화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면서 "아울러 성장률 둔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고령화가 되면 나이 많으신 분들이 은퇴해 부동산 대출보다는 생활자금을 위해 가계부채를 하게 되면 가계부채의 퀄리티도 나빠질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있어 중장기적으로 보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볼 때는 이주열 총재와 한은 집행부가 금통위원과 함께 지난해 8월부터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린 만큼, 단기적으로 볼 때 가계부채를 조율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 후보자는 금융당국과의 정책 공조를 강조했다. 그는 "물가와 성장이 다른 방향으로 갔을 때에는 당연히 성장을 많이 책임져야 하는 정부와 물가를 고려하는 중앙은행 간 긴장관계가 있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면서 "이건 포커게임이 아니며, 서로 패를 보여주고 조율을 해야 한다. 이것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논할 때 '3C'(Comprehensive, Consistent, Coordinated)를 강조한다"면서 "즉,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구조조정정책 등을 전반적으로 함께 보고 각각의 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정부와 상호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 물가에 대해서는 "상반기는 부득이하게 3.1%의 예상보다 더욱 높아질 것 같지만, 하반기는 물가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정말 알 수 없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얼마나 오래갈 것인지, 이에 따른 국제유가가 얼마나 높게 지속될 것인지 등 경제변수가 아닌 전쟁과 코로나19 등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예측하려 노력하기보다 거시경제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더욱 치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한은이 국고채 단순매입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자는 "국고채 매입에선 한은이 국고관리 임무와 함께 시장안정화 업무로 시장의 변동성이 크다면 당연히 조정을 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지난달 28일 국고채 금리가 급등한 것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빅스텝'(0.5%p 기준금리 인상) 언급으로 시장의 기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홍콩, 오스트레일리아 등 전반적 금리가 뛴 상황으로 펀더멘탈을 벗어나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매파(통화긴축 선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등 이렇게 나누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중앙은행 정책이 물가, 성장, 금융안정, 거시경제 전반적인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그것을 정부 정책과의 일관성 있게 서로 협조하는 가운데 물가 안정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저는 데이터의 변화에 따라 매파가 될 수 있고, 비둘기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이 후보자는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 여파로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은 있지만,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속도가 빠를 것이기 때문에 금리격차가 줄어들거나, 역전될 수 있다"면서도 "한미 금리 역전이 생긴다고 해서 반드시 자본 유출이 일어난다고 볼 수는 없다. 과거 2019~2019년 금리 역전 때에도 자본은 되레 순유입하는 쪽으로 진행된 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