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환율전망] 미국發 '긴축 신호' 경계감에···1230원대 재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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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원·달러 환율 1233.1원 마감···하루새 8.0원 상승
글로벌 이슈 모두 환율상승 재료···美 CPI 발표 '주목'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이번 주(11~15일)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강(强)달러 지속에 상향 돌파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긴축 기조에 시장이 부담을 느끼는 가운데 우크라 사태 불확실성 재확산부터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국채금리 급등, 외국인 '셀코리아' 지속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주 발표될 미국 소비자물가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 경우 투심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다만, 지속되는 위기 상황에 강달러 국면이 길어지고 있는 만큼, 시장에선 반복되는 이벤트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며 진정 심리가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1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거래일(1225.1원) 대비 8.0원 뛴 1233.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5.6원 갭업했던 전거래일에 이어 4.9원 올라선 1230.0원의 개장가로 시작해 줄곧 오름폭을 높였다. 오전 중 잠시 오름폭을 반납하기도 했으나, 오후 장중 1233원 후반대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이날 환율은 위험회피 심리가 시장을 주도하며 투심을 훼손했다. 한국·중국·홍콩 등 아시아 주요 증시 하락은 물론, 위안화 약세가 아시아 환시에 전반적인 하락 압력을 가했다. 원화 역시 같은 이유로 약세 압력이 상당한 가운데 달러 롱플레이(달러 매수) 심리까지 맞물렸다.

무엇보다 연준의 긴축 행보가 나날이 강도를 더해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연준 위원들은 전통 '매파'(통화긴축 선호) 위원부터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위원까지 성향을 가리지 않고 연일 공격적인 긴축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해 다수의 위원들은 '빅스텝'(0.5%p 금리인상)을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뿐만 아니라 연내 수 차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추고 있다. 지난주 공개된 FOMC 3월 의사록에선 양적긴축(QT)에 대한 구체적 논의까지 거론됐다.

이미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는 지난주 100선을 돌파하며 2020년 5월 이후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상황. 연준의 이같은 속도전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압력과 맞닿아 있다. 지난 2월 미국 내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7.9% 올라 4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심지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등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분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결과였다. 특히 오는 12일 발표될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를 넘어설 수 있다는 외신 관측은 이날 환율의 주요 상승 재료로 소화됐다. 시장의 미 CPI 컨센서스는 8.3% 내외로 추정된다.

미국 CPI의 변동률과 연관성이 높은 ISM 구매물가지수 역시 최근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연준의 긴축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2019년 3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2.7% 수준을 웃돌았고, 6월 FOMC 빅스텝 가능성도 87%를 웃돌았다. 더욱이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지명자 등은 이번 주 초 발언대에 올라설 예정인 가운데, 추가적인 매파 발언이 나올 경우 금융시장 내에 상당한 변동성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달러인덱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유로화와 엔화의 통화가치 낙폭이 크다는 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유로화의 경우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대(對)러시아 석탄 제재를 가할 수 있지만, 러시아의 에너지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선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는 14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도 인플레이션 우려보다 안정적 정책 기조를 강조하며 현 정책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금융시장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금리 오름세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에 국내 국고채 3년물도 지난 6일 장중 3%를 돌파했는데, 이는 2013년 12월12일(3.006%) 이후 8년4개월 만이다.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인 채권시장 내에서도 외국인 이탈 움직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이미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주식에서 4조8000억원어치를 팔며 석 달 연속 매도 행렬을 이어갔으며, 4월 배당시즌(역송금 수요)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달러 약세 모멘텀이 부재하다는 관측이 중론이지만, 주 후반 원·달러 환율이 오름폭을 되돌리며 하락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미 달러화 강세 국면이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익숙해진 대외 악재 재료가 시장 내 민감한 반응을 불러오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주 중반부터 확대된 가격 상승폭을 일부 반납한 뒤에는 좁은 범위 내 움직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4일 예정돼 있다는 점도 달러 강세 급등을 억제할 수 있는 요인이다. 나날이 강해지는 물가상승압력에 5월 인상에 나설 것이란 기존 컨센서스를 뚫고 이달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금리가 인상하면 원화 수요가 회복함에 따라 환율이 일시적으로 소폭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신흥통화 대비 달러지수인 'EME 달러지수'는 상승이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등 원화도 달러인덱스 오름폭 대비 약세가 제한적이다.

[다음은 이번 주 원·달러 환율 향방에 대한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코멘트]

▲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달러화 강세 요인만이 부각되고 있는 시장 상황에서 3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미 연준의 긴축 우려를 더욱 자극할지가 이번 주 주요 관심사인 동시에, 달러화 추가 상승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할 경우 달러화지수가 지난 2020년 5월15일 이후 다시 100선을 돌파할 공산이 높다.

다만, 3월 소비자물가가 어느정도 금융시장에 반영됐다는 점에서 물가 정점론이 힘을 얻을 경우, 가파른 시중 금리 상승세 진정과 함께 달러화 역시 숨 고르기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오는 13일 중기 유동성지원(MTLF)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리인하가 위안화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중 간 통화정책 차별화 리스크 부각이 주목받을지, 아니면 경기 모멘텀 강화 기대감이 부각될지가 주목된다. 단,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이 큰 시장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 1203~1226원

최근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에 이어 3월 FOMC 의사록에서도 공격적 긴축 전망이 강화되며 달러인덱스는 지난 2020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달러 지수 내 통화별 기여도를 보면, 상품 통화에 해당하는 캐나다 달러만이 달러보다 강세를 보였으며, 유로화와 엔화의 통화가치 낙폭은 가장 컸다.

EME달러지수는 상승이 제한적인데, 이는 위안화의 견조한 흐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위안화의 기축통화 대체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단기적 관점에선 위안화는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원화의 경우 과거와 달리 위안화와 상관성이 꾸준히 약화되고 있다. 현재 원화 가치는 코스피와 외국인 순매수 추이와 가장 높은 상관계수를 보이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연준 긴축 경계 및 4월 배당 시즌(역송금 수요) 등을 고려하면 단기적 방향성 제시보다는 1200원 부근에서 좁은 박스권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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