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15%, LG전자 8% 인상, 초봉도 역전...임직원 불만 커져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업계 최고 대우를 공언한 삼성전자가 올해 연봉 인상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재계 전반으로 임금 인상 요구가 번지면서 경쟁사들이 잇따라 연봉을 크게 올리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매년 늦어도 3월 말에는 마무리됐던 삼성전자의 임금 협상이 결론나지 않는 등 내부 진통을 앓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인사담당자와 근로자 대표로 구성된 노사협의회는 올해 임금인상률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통상 3월 초 임금협상을 타결하고 인상분을 3월 월급날인 21일 소급해 지급했지만 올해는 4월 중순에 접어들도록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노사협의회가 임금인상률 협의를 4월로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 내 '맏형'격인 삼성전자의 임금협상이 늦어지면서 삼성SDI와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 계열사들도 올해 임금인상률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연초부터 협상을 벌여온 노사협의회는 임금인상률과 복리후생 개선안을 두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핵심 쟁점인 2022년도 임금인상률에서 삼성전자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 측은 역대 최고 수준인 기본인상률 15.7%를 요구했으나, 사측에선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평균 7.5%의 임금 인상에 합의했다.
최근에는 조합원 4500명 규모의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임금인상, 복지 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 노사협의회의 향후 협상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최근 대표이사가 협상 테이블에 나오라는 노조의 요구에 따라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이 지난달 18일 노조를 만나기도 했지만 임금교섭이 아닌 의견 교환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노조 관계자는 "(현재 노사 임금협상과 관련)내부에서 의견을 조율 중인 사항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올 들어 경쟁사들이 두자릿수 수준의 임금 인상을 결정했다는 점도 삼성전자로선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간 삼성전자는 1등 기업 임직원에게 업계 최고의 대우를 보장한다는 총보상 우위를 공언해왔다. 하지만 최근 '네카쿠라배(네이버·카카오·쿠팡·라인·배달의민족)'로 대표되는 IT기업들이 많은 연봉을 앞세워 인재 모으기에 나서면서 회사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 카카오는 올해 평균 15%의 임금인상(전체 연봉 재원 기준)을 확정했고, 네이버 노사도 올해 평균 10% 임금인상에 잠정 합의했다.
특히 경쟁사들도 임금을 큰 폭으로 올리고 있는 데다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주목하는 신임사원 초임도 일부 경쟁사에 역전당한 상황이다. LG전자는 지난 7일 평균 임금인상률을 8.2%(기본인상률+고과별 성과 인상률)로 확정했다. 올해 임금인상으로 LG전자 신입사원 초임도 지난해보다 300만원 오른 4900만원으로, 삼성전자(4800만원)를 넘어섰다. LG이노텍도 같은 날 평균 10% 임금 인상안을 담은 '2022년 임금 및 단체협약'에 합의했다. 반도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 초임을 5040만원으로 올려 삼성전자(약 4800만원)를 추월했고, 반도체 기업 DB하이텍은 올해 신입사원 초임을 14.3% 인상해 삼성전자와 동급으로 맞췄다.
삼성전자도 임직원들의 이 같은 불만을 인지하고 있지만 커지는 인건비 부담으로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국내 사업장 임직원 수는 11만2868명(1인당 평균급여 1억4400만원)으로 당시 삼성전자가 지출한 인건비는 약 15조8000억원이다. 전년보다 18.4% 증가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DX부문장)은 지난 1일 임직원들과의 소통 행사에서 올해 임금협상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결정이 되면 가감 없이 소통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