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배터리 전문인력 부족이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SDI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2년간 동종업체에 취업을 금지하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고 있다.
1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 임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이용자는 익명 앱 블라인드에 "자꾸 동종업계 2년 취업불가 서약서 싸인하라고 날아온다"는 글을 작성했다.
해당 글에는 또 다른 직원으로 보이는 인물이 "할 때까지 기간이 연장되고, 부서장이 압박한다"고 댓글을 작성해 힘을 보탰다.
삼성SDI에서는 지난해 3월에도 비슷한 문제로 논란이 일었다.
직원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특별전담반(TF)을 꾸리고, 일부 직급에 대해 부서장 등이 전수 면담을 진행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것. 면담 때 퇴직 후 무엇을 할 건지 제대로 설명을 못하면 동종업계 이직으로 간주하고, 이직 시 가처분 신청을 한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당시 삼성SDI에서는 2~3년차 신입사원을 중심으로 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 등 경쟁 회사로의 이직이 줄을 잇던 때다.
배터리 업계의 인력 유출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17년 SK온(당시 SK이노베이션)은 LG의 배터리 기술인력 100여명을 영입했고, 이는 영업비밀 침해 소송으로 이어졌다.
해외로의 인력 유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안순호 전 삼성SDI 전무는 독일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으로 자리를 옮겼다. 스웨덴 배터리 업체인 노스볼트에서도 LG·삼성 출신 인력들이 다수 근무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산업의 성장 속도에 비해 전문가가 부족하다보니 인력 유출이 심한 편"이라며 "동종업계 취업금지 등의 조치로 국내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제한을 받지 않는 해외 업체들로 이동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