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노제욱 기자] 서울시가 종묘와 퇴계로 일대(44만㎡) 재정비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재개발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채 방치됐던 이 일대 정비구역을 민간이 묶어서 개발할 수 있도록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건축물 높이와 용적률 등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또 규제 완화로 얻는 공공기여를 통해 종묘와 퇴계로 일대에 '연트럴파크'(3만4200㎡)의 4배가 넘는 약 14만㎡ 규모의 공원과 녹지를 조성해 북악산에서 종묘와 남산을 거쳐 한강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대표 녹지 축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같은 내용의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21일 발표했다.
이날 세운재정비촉진지구를 찾은 오 시장은 "오랜 기간 정체된 서울 도심은 기존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방향과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지난해 11월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8월 초쯤 세운상가 위에 올라가서 종로2가와 청계천을 보면서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며 "반드시 계획을 새로 세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세운상가 일대에 조성 중인 공중 보행로를 두고 "새로운 계획을 다시 세워도 10년 전 계획이 다시 완성되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돼 피눈물을 흘린 것"이라고 토로했었다.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의 핵심은 건축물 높이와 용적률 등 기존 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그 대가로 얻는 공공기여를 통해 공원과 녹지를 만들어 도심 전체를 녹지로 연결하는 것이라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이를 통해 3.7%에 불과한 서울 도심의 녹지율을 4배 이상(15% 이상) 끌어올린다는 게 서울시의 목표다.
또 고밀‧복합 개발을 통해 도심에 업무‧상업‧문화시설은 물론 주거공간도 들여와 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운 '직주근접'을 구현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서울 도심을 지역별 특성에 따라 '신규 정비구역', '기시행 정비구역', '특성 관리구역' 등 3개 구역으로 나누고 구역별 재개발과 녹지공간 확보 방안을 추진한다.
'신규 정비구역'은 종묘∼퇴계로, 동대문‧DDP 일대 등 재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낙후와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는 곳으로, 서울시는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 재개발을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도심 기본계획'에 따라 90m로 제한된 건축물 높이를 구역 여건을 고려해 재조정하고 최고 높이도 공공기여와 연계해 완화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와 정비계획을 손질할 방침이다. 600% 이하(도심부 일반상업지역 기준)로 제한된 용적률도 시민을 위한 개방공간을 더 제공하는 경우 완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또 블록별로 공원을 최소한 한 곳 이상 조성하고 녹지 보행로 등으로 공원들을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우선 서울 도심에서 낙후된 지역으로 꼽히는 종묘∼퇴계로 일대부터 재정비를 시작한다. 잘게 쪼개져 있어 지난 10년간 재개발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채 방치됐던 이 일대 구역들을 묶어서 개발하는 '통합형 정비방식'을 추진한다.
서울시는 이 일대 재정비촉진지구 내 171개 정비구역 중 일정 기간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일몰 시점(7년)이 지난 147개 구역을 20개 내외 정비구역으로 재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사업 미추진 147개 구역은 관련법에 따른 일몰제 적용으로 일괄 정비구역 해제에 직면해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블록별로 공원을 조성하는 한편 건물 저층부에 공유 공간을 만들기 위해 건폐율을 축소하는 경우 추가로 높이를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밖에 광화문∼시청 일대 등 재개발이 끝난 '기시행 정비구역'에는 공개 공지(公地) 재구조화 등으로 녹지공간을 확보하고 한옥밀집지역, 인사동‧명동 등과 같이 특성에 맞는 관리가 필요한 '특성관리구역'에는 녹지 보행 가로, 녹지 쉼터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올 하반기까지 의견 수렴과정 등을 거쳐 '서울도심 기본계획'과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 기본계획'을 재정비한 뒤 내년 하반기부터 구역별 정비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