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중·일 때문에···원·달러 환율 1270원도 뚫었다
이번엔 중·일 때문에···원·달러 환율 1270원도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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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긴축 美와 상반된 중·일···완화정책 지속
5거래일째 연고점 경신···당국 구두개입도 '무색'
쏟아지는 경제 위기설···"1280원 상단 돌파 가능"
28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서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8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서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1270원도 뚫었다. 5거래일동안 36.3원이 뛰며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미국발(發) 긴축 움직임은 물론, 상반된 움직임을 보인 일본은행(BOJ)의 스탠스에 아시아 통화가 초약세를 보였고, 원화도 약세 흐름을 면치 못했다. 유로화 역시 힘을 쓰지 못하는 가운데 각종 경제 위기설까지 맞물리며 일방적 강(强)달러 흐름에 오버슈팅(단기 급등)이 멈추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1300원대까지 올라서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을 내놓으면서도, 턱 밑까지 올라설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2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거래일(1265.2원)보다 7.3원 상승한 1272.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종가 기준 1270원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금융시장 내 불안이 극에 달했던 2020년 3월19일(1285.7원) 이후 처음이다. 특히 환율은 5거래일 연속 고점을 경신하고 있으며, 5거래일 만에 36.3원이 뛰었다.

외환당국은 환율의 가파른 급등세에 개장 전 구두개입성 발언에 나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해 "이번 주 들어 원·달러 환율의 오름세가 빠른 상황"이라면서 "급격한 시장 쏠림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다. 필요 시 시장안정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0.2원 갭다운한 1265.0원으로 개장한 뒤 오전 중 강보합권에서 머무르는 듯 보였다. 1260원대 중후반으로 상승 움직임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상당폭 당국 경계심리가 상단 흐름을 막는 듯 보였으며, 네고(달러 매도) 물량 역시 장세를 경직시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재차 상승 흐름을 보이기 시작한 환율은 결국 1270원도 뚫어냈다.

이날 환율이 1270원대로 올라선 데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긴축 기조가 달러 강세를 지지하는 가운데 상대 주요국 통화가 큰 폭의 약세를 보인 영향이 두드러졌다. 특히 BOJ와 중국 인민은행(PBOC)까지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여전히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행보를 이어가면서 아시아 통화의 약세폭이 매우 강했다.

BOJ는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10년 만기 국채를 0.25% 금리로 무제한 매입하는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일본이 완화적 스탠스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30.27엔까지 치솟았다(엔화 약세). 이는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PBOC 역시 전날 위안화 고시환율을 1년 중 가장 낮은 6.5598위안으로 고시하면서 경기 둔화 방어를 위한 움직임을 이어갔다. 이 여파로 한 때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6.66위안대까지 기록했다.

여기에 중국 내에선 코로나 재확산 봉쇄조치가 이어지며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도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같은 경제 위기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의 수요를 더욱 키우고 있는 것이다.

달러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인 유로화 역시 러시아 전쟁 여파에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가스업체 가즈프롬은 거래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수입 가스의 90%를 러시아에 의존하기 때문에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는 유로존의 경기 둔화로 이어진다. 이에 유로화 역시 27일(현지시간) 장중 유로당 10.5달러를 기록하는 등 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뚫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1300원 턱 밑까지 환율 레벨이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의 가치가 내려간다는 것은 수출업체의 상품 가격을 낮춰 경쟁력 제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근래 물가 급등세가 경제를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 가치의 하락은 곧 수입물가를 빠르게 올리고,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을 수 있어 '나쁜 원저'로 해석된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뚫고 올라가는 것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로 돌아가야 하고, 국내 기업들에게도 경제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높은 레벨인 만큼 1300원을 넘어서는 수준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원·달러 환율의 레벨이 타국 통화 환율 대비 약세가 강하지 않다고 언급한 점을 시장에서 반영하고 있다. 앞으로 중앙은행이 얼마나 높은 환율의 레벨까지 감내할 것인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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