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차기 정부가 걱정되는 이유
[홍승희 칼럼] 차기 정부가 걱정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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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에 이 글을 쓰면서 오늘의 정치상황과 관련해 임진왜란 당시 전장 상황도 모르는 조정에서 멋대로 작전 명령을 내리고 그 명을 즉각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장 최고 지휘관을 갈아치우며 엄청나게 전력을 깎아먹었던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해방 이후 특히 6.25를 겪으며 한반도는 늘 세계사의 첨단, 칼날 위를 걸었다. 그만큼 정부의 사소한 행동 하나가 국가의 명운을 뒤흔들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 취임도 하기 전에 국방부를 흔들고 변화하는 국제관계를 무시한 채 수십년 전 논리를 들이대기도 하는 차기 정부 측의 공식 발언들을 보며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진전되어온 한국의 국가 위상이 발전되기는 고사하고 제대로 온존할 수는 있을지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미국의 대외전략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라도 상대국들을 대하는 태도는 여러 면에서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 한국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매달려가려 들다가는 국제적 호구로 전락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 일본과 한국을 대하는 태도가 변하고 있다는 징조들은 여러 면에서 파악된다. 일본을 통해서 한국을 컨트롤하던 미국의 자세가 트럼프의 등장으로 변한 것으로 보였지만 이런 추세는 바이든 정부 들어서는 오히려 더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제 미국에게 있어서 한국은 일본을 통한 일본 하위 단위가 아니라 미국이 직접 교섭하고 동행하는 상대로 격상한 것이다. 물론 현재 한국에게 있어서 미국은 가장 가까운 우방임을, 한미동맹이 외교의 핵심 축임을 우리 국민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과거와 같이 미국이 속국처럼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을 당연한 듯 받아들여야 할 처지도 아니다.

역대 정권 가운데서도 미국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얻을 것을 그때의 상황에서 최선으로 얻어낸 경우는 한미동맹에 우리가 제대로 동맹으로서의 몫을 하며 우리가 원하는 바를 당당히 요구했을 때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한국은 미국에 의지하는 외교가 아니라 한국의 국익을 위해 건건이 협력할 것은 하되 중립적 태도를 취해야 할 때는 또한 미국의 요구를 적당히 거절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그만큼 올라 있는데 그런 대미 외교를 실패라고 외치는 차기 정부 측의 인식이 우려된다.

일본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한일관계에 있어서는 일방적 피해자인 한국에 대해 여전히 강압적인 일본과의 마찰에도 한국정부에 일방적인 책임을 묻는 태도는 과연 차기 정부가 한국의 국익을 제대로 지켜낼 수 있을지 염려하게 된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한민족의 통일에 방해가 되는 외국들의 논리에 오히려 동조하는 발언들이 우려를 자아낸다. 대북 강경논리를 내세우는 것은 일견 속 시원하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는 자칫 한반도를 전장으로 만드는 위험한 놀이가 될 수 있음을 적어도 국가를 운영하려는 이들은 늘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이런 문제 외에도 일본식 경제논리를 거의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왔던 과거 정권과 보수 언론들이 차기 정부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 또한 걱정스럽다. 전기며 철도며 이것저것 모두 민영화시키며 일본의 기간산업들이 시설개선은 뒷전으로 미루고 요금 인상에 열을 올린 결과 일본 소비자들을 더 가난하게 만들고 있다. 근래 일본 원전이나 철도 등의 잇단 사고 소식들도 결국 민영화의 어두운 그림자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저금리 정책은 세계 최대 국가부채를 갖고 있는 일본 경제의 회생 가능성을 소진시켜가고 있다. 그러나 차기 정부의 인사를 보면 저금리를 경제회생의 유일한 방책으로 신앙하는 이들을 중시하지 않나 싶다.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검찰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보다 중시하며 '견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켜주려는 검찰 출신 차기 대통령의 입장이다. 대한민국이 검찰공화국의 식민지가 될까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각 인선에서도 현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내세웠던 '공정과 상식'에 어긋난 인사들에 대해서 밀어붙이기로 일관하는 자세를 보며 또다시 자가당착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대화와 소통을 위해 청와대에는 단 하루도 들어갈 수 없다는 대통령 당선인의 논리와는 모순된다고 느끼지 않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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