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여전히 완화적···기대인플레 안정 필요"
'지속적이고 일관된' 통화정책 기조 필요성 강조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지난달 코로나19 이후 금리인상기 속 네 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치솟는 물가 상황을 가장 우려하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주장했다. 고(高)물가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선제적이고 일관된 신호를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낮춰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3일 한은이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2022년도 제7차)'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한은 총재 공석으로 금통위 의장을 대신한 주상영 금통위원을 제외한 금통위원 5명 모두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물가상승률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고 있는 데다, 오름세가 더욱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5명 중 4명의 위원들은 물가 상승의 2차 파급효과를 언급하는 등 성장 둔화 우려보다 물가 안정이 더욱 시급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한 금통위원은 "최근 국내경제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국내경제는 지난 2월의 전망경로를 다소 하회하는 성장흐름이 예상되나, 수출 호조와 민간소비 회복세에 힘입어 여전히 잠재수준을 상회하는 2%대 후반의 성장세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물가 상방압력이 더욱 확대되고 기대인플레이션을 매개로 2차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도 커졌다"며 "특히 최근 임금 상승압력이 확대되고 물가 오름세가 원자재에서 최종재, 서비스가격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이런 우려가 어느 정도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가 기대심리 안정을 최우선 삼아 완화 정도 축소를 선제적으로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위원도 "과거에 비해 근원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소비자물가 확산지수도 높은 수준을 보이는 등 2차 효과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실질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중립금리와의 괴리폭이 커진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통화정책은 완화기조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향후 추가 금리인상의 시점과 속도는 경제 및 금융 상황의 전개양상을 보고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위원 역시 "대내외적으로 경기 하방위험과 물가 상방위험이 동시에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고민스럽기는 하지만,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성장 흐름이 기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렇다면 통화정책 기조를 중립적인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함으로써 기대인플레이션을 안정화하고 금융불균형 누증위험을 제한하는 것이 중장기적 시계에서의 정책 목적에 부합하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통화긴축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위원은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이 한 두 달 전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고 조정폭도 커질 수 있다"면서 "이에 따른 외환부문에서의 압력과 국내 통화정책에 대한 제약 가능성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경제의 상황변화에 보다 충실히 대응할 수 있는 통화정책 여력을 미리 확보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