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상화폐 거래소와 공생 모색···거래소 혹한기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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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 "거래소 제휴 긍정적 검토 중"
지방은행도 물밑 작업 등 변화 감지
사진=카카오뱅크
사진=카카오뱅크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원화거래가 막히면서 혹한기를 보내던 가상자산업계에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거래소와 물밑 접촉을 이어가는 곳이 늘어나는 등 거래소를 대하는 은행들의 태도가 달라지면서다. 이런 움직임이 실제 원화마켓 재개장을 위한 제휴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꼽히지만, 업계는 달라진 분위기 자체를 반기는 눈치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와의 제휴를 검토하고 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전날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거래소와 제휴에 어떤 입장이냐는 질문에 "(가상자산이) 고객의 주요한 자산으로 여겨지는 만큼, 가상자산을 어떻게 서비스나 비즈니스 형태로 제공할 수 있을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일찍이 블록체인·가상자산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점찍고, 거래소와 활발히 접촉해온 곳이다. 이번에 가상자산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밝힌 만큼, 업계에선 카카오뱅크가 조만간 거래소와 실명 입출금 계정(실명계좌) 발급 제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현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국내에서 원화거래를 제공하려는 거래소는 은행의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코인마켓으로만 영할 수 있다. 현재 시장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5대 거래소 체제다.

카뱅뿐만 아니라 최근 은행권에선 거래소와 미팅에 나서는 등 물밑 작업에 한창이다. 여기엔 이미 실명계좌 제휴를 맺은 신한은행(코빗), NH농협은행(빗썸·코인원) 외에도 주요 시중은행을 비롯해 지방은행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가상자산 스터디'를 내세웠지만, 이면에는 제휴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최근엔 전북은행이 지방은행에선 처음으로 고팍스와 손잡으면서 유의미한 사례도 나왔다. 전북은행은 지난해부터 고팍스와 계약 논의를 진행해온 바 있다.

금융권 안팎에선 신사업 발굴에 공을 들이는 상황에서 가상자산을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고객 유입을 늘리려는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 입장에선 거래소와의 제휴가 매력적인 선택지로 꼽히는 모양새다. 자금세탁방지 관련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한데도 당장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대표적인 게 업비트와 제휴를 맺은 케이뱅크 사례다. 케이뱅크는 업비트 제휴 효과로 고객이 빠르게 늘어난 것은 물론, 거래소에서 거둬들인 수수료 수익도 덩달아 급증했다. 지난해 5월 600만명을 돌파한 고객 수는 지난 3월 말 기준 750만명을 넘어섰다. 카뱅도 거래소와 제휴를 맺을 경우 비이자이익 다변화, 고객 유입 증가 등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이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은행들이 거래소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며 "실명계좌 제휴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거래소들이 먼저 손을 내밀었던 예전과 달리 요즘엔 은행 측에서 가상자산 관련 노하우를 공유해달라며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은행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원화거래를 지원하는 거래소가 늘어나야 한다는 뚜렷한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의 암묵적인 '1거래소 1은행' 규율이 깨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1거래소 1은행'이 가이드라인이나 법적으로 명시돼 있는 건 아니지만, 당국이 관련해서 눈치를 줬다고 알고 있다"면서 "우선 당국의 경직된 스탠스 자체가 바뀌어야 은행들이 더욱 활발하게 제휴를 검토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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