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지난 3월 시중 통화량이 3년6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위험자산에서 빠져나온 돈이 정기예적금으로 흐르는 추세가 이어졌지만, 금리인상기 속 단기수익형 상품의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통화량이 줄었다. 그동안 유동성 감소 추세가 지속돼 온 만큼, 코로나19 이후 빚어진 '유동성 파티'가 잡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22년 3월 통화 및 유동성'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중 시중통화량(광의통화·M2)은 계정조정계열·평균잔액 기준 전월보다 4조1000억원(-0.1%)이 줄어든 3658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8년 9월(-0.1%) 이후 첫 감소 전환이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예금(이상 M1)과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곧바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 등으로 구성된다. 이는 가계나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유동성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시중에 돈이 얼마큼 풀려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보편적 지표로 활용된다.
통화량은 지난 2018년 9월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지속해 왔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맞아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역사상 가장 낮은 '제로 금리' 시대에 가계는 대출을 통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투자로, 기업은 코로나 정책지원·금융지원 등으로 통화량이 매월 수십조원씩 확대됐다.
이후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가 오르고 금융규제가 본격화하면서 감소 흐름을 나타내던 유동성도 3월 첫 감소 전환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그간 늘던 유동성이 전반적으로 잡히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면서 "금리가 올라가면서 통화량이 증가하는 부문과 감소하는 부문이 있는데, 둘의 균형점이 비슷하게 맞춰지다가 지난 3월 처음 꺾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품별로는 정기예적금(8조2000억원), 수익증권(5조6000억원) 등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금전신탁(-10조5000억원), MMF(-8조9000억원)를 중심으로 감소했다. 시장금리의 전반적인 상승 영향으로 채권형, MMF 부문 등의 수익률이 안좋게 나왔고, 이에 가계나 기업에서 채권형 등에 가입한 상품을 뺀 것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경제주체별로는 3월 중 23조3000억원이 줄어든 기타금융기관이 통화량 감소를 주도했다. 다만 가계및비영리단체(15조2000억원)와 기업(12조1000억원)의 유동성은 여전히 확대 흐름을 보였다. 가계의 경우 대출 감소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수신금리 상승에 따라 그간 풀린 유동성이 정기예적금으로 이동했고, 기업 역시 대출 증가세가 지속된 영향이다.
앞으로 통화량 추이도 감소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은 관계자는 "단기 자금 지표인 협의통화(M1)는 이미 지난해부터 증가율 둔화 추세가 지속됐다"면서 "M2가 뒤늦게 따라 움직이는데 이같은 추세를 볼 때 증가율은 계속 둔화하는 흐름으로 나타날 수 있다. 3월 금융시장에서는 증시 등에서 저점매수에 나선 경우도 일부 보였지만, 4~5월에는 빠지는 경우가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