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해외투자·수입대금 인출, 개인 현물환 매도 확대"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지난달 거주자 외화예금이 1년 3개월 만에 800억달러 대로 내려앉았다. 기업의 해외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환율 상승 기조에 따라 개인들이 달러를 내다팔면서 한 달만에 57억2000만달러가 줄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2년 4월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 잔액은 869억9000만달러로, 전월말 대비 57억2000만달러 감소했다. 거주자 외화예금이 800억달러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월(893억8000만달러) 이후 15개월 만이다.
거주자 외화예금이란 내국인과 국내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을 말한다. 외화예금은 지난해 11월 1000억달러를 상회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고, 12월엔 SK하이닉스의 인수 과정에서 법인예금이 크게 줄어드는 등 일회성 요인에 영향을 받아 다시 900억달러대로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강달러 현상이 뚜렷해지자 거주자 외화예금은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2월 국내 기업들의 해외투자 금액이 늘면서 증가로 잠시 전환했다가 3월 이후 2개월 연속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올해 3월부터 4월까지 거주자 외화예금은 무려 111억5000만달러나 줄었다.
주체별로 보면 지난달 기업의 달러예금은 716억5000만달러로 46억9000만달러 감소했고, 개인의 달러예금은 153억4000만달러로 10억3000만달러 줄었다. 같은 기간 국내은행은 43억4000만달러, 외은지점은 13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주요통화 중에서 달러화·위안화가 전체 감소폭을 주도했다. 달러예금은 전월 대비 53억7000만달러 감소한 731억8000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위안화예금은 일부 기업의 현물환 매도 등에 영향을 받아 1억3000만달러 감소했다.
올해 들어 달러 강세, 원화 약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전체 외화예금 잔액도 줄어들고 있다. 달러가 전체 외화예금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인데, 일반기업은 물론 개인까지 환차익 실현을 위해 달러를 내다 팔고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3월말 달러당 1221.3원(종가 기준)에서 4월말 달러당 1235.1원으로 한달 새 13.8원 뛰었다.
한은 측은 "달러화 예금의 경우 기업의 해외투자 자금, 수입 결제대금 인출, 개인의 현물환 매도 확대 등의 영향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