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한국산 암호화폐 ‘루나’와 자매스테이블 코인 ‘테라’ 폭락으로 발행사 테라폼랩스의 책임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올린 재건안이 결국 통과됐다.
26일 블록체인 지갑 사이트 ‘테라 스테이션’에 따르면 루나 개발자 권 대표가 투표에 부친 ‘테라 네트워크 재건안’은 전일 오후 8시 17분께 찬성 65.50%(약 2억 40만표)로 통과됐다. 투표율은 총 83.27%(약 3억 598만표)로 반대 및 기권 득표율은 각각 0.33%, 20.98%에 그쳤다.
거부권 행사율이 33.4%를 넘으면 정족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투표가 부결된다. 그러나 13.20%만이 비토권을 행사했다.
테라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테라 2.0이 곧 온다”며 "테라 생태계는 압도적인 지지로 새로운 블록체인의 시작과 우리 커뮤니티의 보전을 요청하며 '제안 1623'을 통과시키기로 표결했다”고 밝혔다.
권 CEO는 앞선 16일 테라 블록체인 프로토콜 토론방인 ‘테라 리서치 포럼’에 테라 블록체인 부활을 위해 또 다른 블록체인을 만들자는 제안을 올린 바 있다.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 테라 USD(UST)가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진 가운데 ‘하드 포크’(Hard Fork)를 통해 스테이블 코인이 없는 새 블록체인을 만들자는게 이 제안의 골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드 포크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에서 새 화폐가 갈라져 나오는 과정을 말한다.
그러나 지난 24일 테라 측은 하드포크가 아닌 새로운 블록체인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테라 2.0’은 블록체인의 첫 블록을 뜻하는 ‘제네시스블록’부터 다시 생성된다. 또 제안에는 기존 블록체인은 '테라 클래식'으로 부르고, 기존 루나(LUNA)는 '루나 클래식(LUNC)'으로 명명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이렇게 되면 기존 블록체인은 ‘테라 클래식’과 ‘루나 클래식(LUNC)’이 되고, 새 체인은 ‘테라’와 ‘토큰 루나’가 각각 된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건 기존의 루나 보유자들에 대한 배분율이다.
‘테라 생태계 부활 계획’에 따르면 루나와 UST를 보유한 사람에게 새로운 루나 토큰을 나눠주게 된다.
권 대표는 처음 제시한 ‘테라 에코시스템 회생 방안2’ 중 루나 코인 배분 계획을 일부 수정한 뒤 최종 버전을 투표에 부쳤다.
최종계획에 따르면 새 루나 코인은 1달러 가치 붕괴 전 기존 루나 및 앵커 테라USD(UST) 보유자에 각각 35%, 10%, 27일 기준 루나 및 UST 보유자에 각각 10%, 20%가 분배된다. 나머지 25%는 테라 커뮤니티의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예정이다.
18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이번 투표는 블록체인상 거래를 확인하는 역할을 하는 검증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루나(LUNC) 보유량이 많으면 투표권이 커지는 구조라는 점에서 반대 목소리를 낸 개미들의 목소리는 사실상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간 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은 권 CEO의 제안에 “커뮤니티 의견에 귀를 기울여라”, “테라 부활은 ‘고래’(가상화폐의 큰손)들에게만 좋다”며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한편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에서 루나(LUNA)는 전거래일 동일 시간 대비 5.88% 하락한 0.208원 수준에서 등락중이다. ‘테라 네트워크 재건안’ 통과 소식에 전일 한때 거래량이 크게 증가했다가 다시 감소하는 모습이다.
코인원은 이날 루나, 테라KRT(KRT), 앵커프로토콜(ANC) ,미러프로토콜(MIR)에 대한 거래지원을 다음달 1일 오후 6시부터 종료한다고 밝혔다. 코빗 역시 다음달 3일 오후 2시부터 루나 거래 지원을 종료한다. 이에 앞서 빗썸, 업비트, 고팍스 등도 루나의 퇴출을 결정했다. 이에따라 국내 암호화폐 5대 거래소 모두 루나를 취급하지 않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