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자율' 외친 김소영···'예대금리차 공시' 국정과제와 엇박자?
'금리자율' 외친 김소영···'예대금리차 공시' 국정과제와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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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5대금융 회장 간담회
"文정부, 정부 지원책에 금융사 동원···자율성 최대한 보장"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기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기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7일 "금리, 배당 등에 있어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회사의 대출·배당 등을 제한했던 문재인 정부와 거리를 두겠다는 취지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는 '예대금리차 공시' 국정 과제와도 배치되는 발언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추경호 경제부총리-금융기관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낡은 규제와 감독·검사 관행을 쇄신하고 금리·배당 등 가격변수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금융산업의 디지털 혁신과 발전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소영 부위원장이 취임한 후 처음으로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난 자리로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금융산업 혁신, 취약·서민계층 지원 등 금융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참석했다.

김 부위원장은 금융에 대한 인식 전환을 강조하면서 "지난 정부에서 자금중개기능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금융을 전기, 가스 등처럼 하나의 유틸리티처럼 여기다 보니 공공성을 강조하며 과도한 규제와 개입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에서는 금융당국부터 금융을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혁신을 이끄는 독자적인 부가가치 산업으로 보는 시각을 갖겠다"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각종 정부 지원책에 금융회사들을 동원하거나 시장 안정화를 이유로 가계대출, 배당 등 민간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했던 문재인 정부와 선을 긋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금리에 대한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김 부위원장의 발언은 동시에 윤 대통령의 '예대금리차 공시' 약속과도 배치된다.

윤석열 정부는 예대금리차 공시를 국정과제로 삼고, 은행 예대금리차를 매월 비교 공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예대금리차 공시는 윤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내세웠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은행과 소비자 간 금리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은행이 금리폭리를 챙기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취지지만 정부가 시장가격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은행은 대출금리와 예대금리 간 차이(예대금리차)를 통해 수익을 낸다. 시장금리, 자금조달 가격 등에 따라 각자 대출·예금금리를 산정하는데, 수익과 직결되는 지표인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면 영업 경쟁력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우려였다.

이런 가운데, 김 부위원장이 금리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발언하면서 금융권에서는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이날 간담회에서 김 부위원장은 취약·서민층 지원에 대한 금융권의 협력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추가경정예산에는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고 서민·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부문 사업이 다수 포함됐다"며 "금융권의 적극적인 역할과 협조가 필요한 과제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9월 말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종료에 대비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원활한 안착을 위한 채권매입·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 장기·분할상환 대출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도 시행할 예정이므로 국민들이 빠르고 편리하게 대출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은행의 적극적 역할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김 부위원장은 또 "상대적 상실감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LTV규제완화 조치가 시행될 예정이므로 현장에서 혼란없이 잘 시행되도록 세심하게 살펴봐달라"고 밝혔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 강화도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전세계적인 인플레 위기와 글로벌 통화정책 긴축, 중국의 봉쇄 장기화로 인한 수요 위축 등이 맞물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경제·금융여건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단기금융, 외화유동성 등 위기파급경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컨틴전시 플랜도 즉시 시행할 수 있도록 점검·보완하고 있다"며 "위기대응의 1차 방어선이 금융회사인 만큼 책임감을 갖고 손실흡수여력을 확충하고 위기대응체계를 정비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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