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회복세 뚜렷···잠재성장률 이상 성장세 전망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한국은행이 최근 높은 물가 오름세를 잡기 위해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추고, 선제적인 금리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기준금리 인상폭을 확대하는 '빅스텝'(0.5%p 금리인상) 가능성은 낮게 평가하면서도, 연말까지 0.25%p씩 금리를 꾸준히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한국은행은 9일 국회에 제출한 '2022년 6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물가상승압력이 더욱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 등 수요 측 요인과 함께 공급망 병목,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원자재와 곡물가격 상승 등 공급 측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면서 "최근 방역조치 완화로 국내 소비가 회복될 것으로 보이고, 인플레이션 확산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최근의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은 이미 물가상승압력으로 일부 작용하고 있고, 향후 추가 확대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중앙은행은 경제주체들의 물가불안심리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선제 운영하는 것이 거시경제 안정화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과거 1970년대 석유 파동 당시 미국과 독일의 정책 대응 사례를 분석해 이같이 판단했다. 유가상승 등 비용충격 발생에도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안정을 도모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도 기준금리 인상폭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우크라이나 사태, 원자재 가격 급등, 중국 경기 둔화와 같은 대외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에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현재로서는 0.25%p씩 (금리 조정을) 하는 게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대외 불확실성 요인에 따른 경기 하방 압력이 상당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앞서 글로벌 주요 전망기관들은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을 대폭 하향 조정했다. 세계은행(WB)은 종전 전망치인 4.1%에서 2.9%로 대폭 하향 조정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종전 전망치(3.0%)보다 0.3%p 내린 2.7%로 내려 잡았다. 특히 WB는 과거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박 부총재보는 "글로벌 해외 전망기관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도래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고, 이에 대한 우려도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한은이 예상하는 베이스 시나리오에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역 완화 조치에 따른 대면소비 활성화가 예상보다 더욱 견조한 경제지표로 나타나고 있다"며 "수출은 세계 수요 둔화로 인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나, 소비 회복은 우리 경제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