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걸친 혁신안 작업···이창용 한은 총재 IMF 근무 경험 녹여
'조직문화 혁신' 방점···총재 권한 위임·상호 리뷰·신평가제 도입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수직·내부적 문화에서 수평·대외지향적인 문화로 혁신하겠다."
한국은행이 '조직문화'에 방점을 두고 일하는 방식을 혁신한다. 총재의 권한을 상당부분 하부에 위임하고 모든 업무 수행 과정에 상호 리뷰를 활성화시킨다. 직원들이 전문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전문가 경로 제도를 새로 도입하는 동시에 평가제도도 업무 성과에 대한 인정과 동기부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
조직문화 혁신을 통해 보수적이고 경직된 사내 분위기를 벗고 체질 개선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3년 간의 걸친 대작업으로 마련된 이번 혁신방안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의 의견과 이창용 한은 총재의 국제기구 근무 경험이 큰 부분 녹아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16일 '경영 인사혁신 방안 설명회'를 열고 내부 중심의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수요자 중심의 수평적 문화로 전환하기 위해 '경영인사 혁신방안'을 마련해 확정했다고 밝혔다. 경영인사 혁신방안 마련은 지난 2020년 시작한 한국은행의 장기 프로젝트다.
한국은행은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에 의뢰해 조직문화를 진단하고 직급별 대표와 집행간부로 구성된 '조직혁신추진위원회'를 꾸려 혁신방안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해엔 머서 코리아의 제안을 바탕으로 임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했고, 올해 4월 부임한 이창용 총재의 IMF 등 국제기구와 국내 조직의 경험을 경영방침에 추가했다.
배준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설명회에서 "조직문화의 뒷밭침 없이는 장기적인 발전이 어렵겠다는 판단 아래 이번 혁신방안의 중점을 '조직문화 혁신'에 뒀다"며 "특히 수직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많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번 경영인사 혁신방안은 '조직문화·인력체계 수술'로 요약된다. 조직·인사 제도 등 하드웨어뿐 아니라 업무수행 절차, 인사운영 등 소프트웨어까지 종합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총재의 권한을 하부로 나눈다. 직책자들의 역할과 책임을 재조정해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직원 역량 발휘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필요할 경우 '부' 조직의 설치와 함께 부장의 역할을 제고하고 'TF', '반' 같은 애자일 조직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모든 업무수행 과정에서 상호 리뷰와 전행적 정보공유를 활성화한다. 특히 동료리뷰와 치열한 토론문화 형성에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경험과 아이디어가 다수 반영됐다. 이 총재는 지난달 중순부터 매주 20분 단위로 한은 직원을 상대로 '총재와의 대화'를 열고 있다. 한은 직원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주제와 내용에 제한이 없다.
배 부총재부는 "일명 '계급장 떼고' 일하는 방식에는 치열한 토론문화가 상당히 중요한데 실제 이런 문화를 경험한 이창용 한은 총재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며 "일례로 매주 진행하는 주간현안포럼의 발표도 톱다운 방식이 아니라 초안단계에서부터 실무자가 적극 참여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격의 없는 토론과정에서 직원들의 전문성 제고와 동기 부여가 함께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또 전문성 강화를 위해 경제모형, 통계 등의 분야에 대한 전문가 경로 제도도 도입한다. 지식과 역량을 조직 내부에서 두루 활용함으로써 조직의 전문역량을 제고하고 일정 자격을 갖춘 직원을 선발해 해당 부서에서 장기근무 기회를 제공한다.
아울러 새로운 조직운영 방식에 부합하면서도 직원들의 수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평가제도를 개편한다. 한은은 업무성과에 대한 인정과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강화하는 것으로 평가제도 개편 방향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