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1일 "현재와 같이 물가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가파른 물가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발언으로 향후 '빅스텝'(0.5%p 금리인상) 가능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 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연초 3%대 중반을 기록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 중 4%를 웃돈 데 이어 불과 두 달 만에 5%를 상당폭 상회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면서 "물가 오름세가 이처럼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은 해외발 공급충격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의 물가 흐름은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양상, 국제원자재가격 추이, 물가상승에 따른 임금상승 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전반적으로 상방 리스크가 우세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국내외 물가상승압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을 경우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며 "이미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목표인 2%를 넘어 3%를 상회하고 있는 가운데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2% 수준까지 올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는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초 예상보다 큰 폭의 금리인상, 소위 '자이언트 스텝'(0.75%p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미국 경기의 침체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향후 국내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물가와 성장 간 '상충관계'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물가, 경기, 금융안정, 외환시장 상황 등 향후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데이터 의존적'(data-dependent)으로, 유연하게 수행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자지급 부담 증가에 따른 취약계층 보호도 중요하며, 이에 대해서는 정책 공조를 통해 더욱 정교하고 미시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