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증하는 'R의 공포'에···국제유가 급락·美 장단기금리 역전
점증하는 'R의 공포'에···국제유가 급락·美 장단기금리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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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는 뛰고 유가는 급락···美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주요국 1년 내 침체 현실화"···美, '금리회귀' 전망도
유로화 가치 20년來 '최저'···원·달러 환율 1310원 돌파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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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이른바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세계 금융·원자재 시장을 덮쳤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세계가 긴축 기조로 돌아섰더니 이제는 인플레이션을 후행하는 경기 침체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위기를 맞닥뜨리는 등 세계 경제가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운 형국에 빠졌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보다 배럴당 8.93달러(8.2%) 하락한 99.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하회한 것은 지난 5월11일(99.76달러) 이후 2달여 만에 처음이다. 일간 하락률은 지난 3월 이래 가장 컸다.

같은 날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장단기 금리가 뒤집혔다. CNBC에 따르면 이날 오후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2.792%로 같은 시간 10년물 국채금리(2.789%)를 역전했다.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된 것은 지난 3월과 6월에 이어 올해 들어 세 번째다. 2년물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고, 10년물은 글로벌 장기시장금리의 선행지표로 읽힌다.

통상 단기물보다 장기물이 더욱 금리가 높다. 하지만 앞으로 경기가 좋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커진다면 장기 금리가 내려오고 단기물과의 금리가 뒤집힌다. 즉, 유가가 급락하고 장단기 국채금리가 역전된 것은 시장에서 경기 침체의 전조를 읽었기 때문이다.

올해 세계 경제의 위기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지난 2월 발발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은  41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물가 쇼크'에 빠르게 '매파'(통화긴축 선호) 기조로 돌아섰고, 전 세계도 긴축 기조를 뒤따르고 있다. 또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에선 코로나19 재확산 봉쇄 조치가 이뤄지는 등 글로벌 대형 위기가 잇달아 발생했다.

이처럼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지정학적 위험, 이상 기후, 글로벌 공급망 차질, 봉쇄 조치 등의 위기가 서로 얽히고 설켜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게 더욱 큰 문제다. 이미 지난달 미 공급관리협회(ISM) 구매관리자지수(PMI, 53)는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의 'GDPNow' 모델에선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1일 기준)까지 내렸다. 

일본 투자은행(IB) 노무라는 한국은 물론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 세계 주요국들이 향후 1년간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 통제를 위한 중앙은행들의 지나친 긴축 행보가 되레 경기침체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고(高)물가는 더욱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도 5일(현지시간) 세계 경제 전망이 실질적으로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빠르게 금리를 올린 것이 가계·기업의 경제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조짐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오히려 "앞으로 일어날 충격에 잘 대비하도록 회복력을 확보해야 할 적기"라고 언급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더욱 강해졌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는 이날 간밤 장중 한때 106.7선까지 올라서면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종가 기준 지난 2002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값 역시 온스당 1800달러를 하회해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EU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 예고에 더해 노르웨이 해상 유전·가스전 파업, 러시아의 유로존 천연가스 공급 중단 소식까지 더해지며 경기 침체 공포가 더욱 가중됐다. 이에 달러 대비 유로 환율은 1.0281달러까지 내리며 근 20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이날 글로벌 강(强)달러 국면을 피하지 못한 채 장중 연고점인 달러당 1310원을 찍었다.

경기침체 우려가 더욱 불거지면서 연준이 강도 높은 긴축으로 인플레이션을 잡고, 내년부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지난달 연준의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인상) 결정이 공급 차질 영향을 넘어서는 수요 둔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연준은 내년까지 4%의 금리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당장의 연방기금금리 선물에서부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반영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불확실성의 출구가 가물거리기 시작했지만, 확실한 출구를 찾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무엇보다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의 추가 하향 안정세를 봐야 한다. 또 경기침체 우려에 유로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여파로 달러가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또 다른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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