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시 구체적 용도 설정 중요···단기 아닌 장기상품으로 접근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원·달러환율이 1300원대를 뚫고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달러보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달러보험은 미국 달러화 표시 자산으로 보험료를 내고 보험금을 받는 상품이다.
하지만 달러보험이 '장기상품'인 점을 감안할 때 금융 소비자 스스로 '필요에 맞는 상품'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달러가 다른 통화에 비해 안전자산으로 통하지만, 단기적인 환차익을 위한 투자가 아닌 미래의 달러 수요를 충족하거나 장기적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가치를 크게 보는 소비자에게 적합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12일 AIA생명에 따르면 지난 4~5월 달러로 가입하는 '골든타임 연금보험 II' 상품의 판매 건수는 1000여건으로 집계됐다. 청약 보험료 기준으로는 1000억원에 육박했다. 원달러 환율이 1110원대를 오르내리던 1년 전과 비교하면 약 15배 급증한 수치다.
이처럼 올 들어 안전자산인 미 달러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달러보험에 대한 소비자 인식 역시 달라지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의 영향으로 '강(强) 달러'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미국의 금리상승기엔 달러화에 금리인상 기대가 선반영돼 달러 강세를 어어갔다. 반면 이번 금리인상기엔 금리인상 기대감 외에 원자재 가격 급등 등 대외 변수까지 더해져 '강달러' 현상이 장기화될 것이란 기대감까지 작용하고 있다. 지난 11일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직전 거래일보다 3.5원 오른 1303.9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장이 처음 열린 1월3일 환율과 비교하면 172.1원이 올랐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이번 금리 인상은 경제 변동성과 안전자산 선호 성향이 동시에 강화되고 있는 점이 과거와 다른 특징"이라며 "실제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데, 달러가 더 오를 수도 있다는 심리가 더해지면서 달러보험에 대한 문의가 전반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최근 달러보험이 일반 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확정적으로 제공한다는 점도 소비자 관심을 끌어 모으는 지점이다. 달러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 관계자는 "경제 변동성이 커질수록 안정적인 자산에 관심이 집중되는데, 달러보험이 높은 확정금리를 제공한다는 것이 대중적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 관심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달러 운용에 있어 강점을 가진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거나 판매 계획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 AIA생명의 골든타임 연금보험 II은 거치형 연금보험 상품으로, 일시납 가입 후 10년간 계약을 유지하면 가입 시 이자율이 10년 동안 변동 없이 유지된다. 푸르덴셜생명의 '스타플러스 달러평생보장보험'은 종신보험이지만 노후소득 선지급 특약을 선택할 경우 일정 시점부터 노후자금을 받을 수 있다. 두 상품 모두 확정금리를 제공한다.
국내 달러보험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메트라이프생명은 방카슈랑스 전용 '원화내고 달러모아 저축보험', '원화내고 달러모아 연금보험'과 종신보험인 '백만인을 위한 달러종신보험' 등을 판매하고 있다. 푸본현대생명은 올해 4분기 달러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보험사 상품마다 종신·연금·저축보험 등 다양한 형태로 출시되고 있기 때문에 상품 구조와 특약 등을 세세히 살펴봐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가입시 생활자금, 은퇴이민, 유학, 상속재원 등 구체적인 용도를 설정해 둬야 한다는 것이다. 또 보험 자체가 장기상품인 만큼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시중에 출시된 상품 중 '유니버설' 기능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보험료의 중도인출과 추가 납입이 가능한 기능인 유니버설을 활용하면 환율 변동성에 대한 위험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달러가 가진 안전자산이라는 강점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달러보험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다만 달러보험은 장기투자 상품이라는 점, 가입 용도에 따라 상품 특성도 다르다는 점, 환율 변동성은 지속될 것이라는 점 등은 주의해야 한다"며 "유니버설 등 다양한 특약과 기능을 세세히 살펴본 이후 보험 가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