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외화채권을 활용해 해외에서 외화(미국 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8일 금융시장 리스크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후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7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1.50~1.75%에서 2.25~2.50% 수준으로 상승해 한국 기준금리(2.25%)를 역전했다.
이 원장은 "대내외 여건 악화에도 국내 금융권의 외화유동성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유사시에 대비해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는 외화채권을 활용해 해외에서 미국 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했다.
이번 방안은 국내 은행이 국내 보험사로부터 외국 국채를 차입한 후, 해외 시장에서 이를 담보로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를 통해 외화자금을 조달, 국내에 외화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국내의 주요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와 국제기구 채권 등의 규모는 344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국내은행이 외화채권 발행과 중장기차입을 통해 조달한 외화자금의 (266억2000만달러)의 129.5% 수준이다.
이 원장은 "해외 달러 조달로 국내 은행과 보험사 모두 수익 창출이 가능함에 따라 금융사의 자발적 거래를 통해 국내 외환시장 수급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보험사는 외국 국채 대여 수수료를 수취하고, 국내은행은 RP 매도로 조달한 외화자금을 외화자금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대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화유동성리스크의 경우, 비은행 금융사들의 유동성 리스크 관리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향후 금융시장의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비은행 대형 금융회사들을 중심으로 원화유동성 관리실태를 밀착 점검할 계획이다.
업권별 1~2개 대형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위기상황을 가정한 자체 대응체계를 점검하고, 필요 시 개선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금리상승에 따른 차주 부담 경감을 위한 방안도 모색했다. 최근 은행권은 가파른 금리상승에 따른 변동금리 대출 차주의 상환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판매 기간을 연장했다.
해당 상품을 통해 금리상승 제한폭을 낮추거나 고객이 부담하는 금리상한특약 가입비용을 인하 또는 면제하는 등 기존 상품에 비해 차주들의 혜택을 높였다.
금감원은 여타 금융권도 금리상승기에 차주의 금리상승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금융안정을 위한 조치들을 차질없이 이행하고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필요 시 금융위‧기재부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적시성 있는 감독 대응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