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피크아웃 기대 혼재···경기침체 우려는 지속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지난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발표 이후 안도랠리가 펼쳐진 가운데 이번 주(1~5일) 원·달러 환율은 제한적인 상승 흐름을 나타낼 전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인상) 단행 이후 달러화가 약세 흐름을 보이면서 글로벌 강(强)달러 흐름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하지만 연준의 긴축 부담이 완벽히 해소되지 않았고, 하반기 시장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이면서 이 주 제한된 움직임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0시 기준 전거래일(1299.1원)보다 9원 높은 1308.1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환율은 주말간 거센 미국의 인플레이션 파고를 재확인하면서 전거래일보다 4.9원 높은 1304.0원으로 개장했다. 이후 오전 장중으로는 오름폭을 빠르게 높이면서 1300원 중후반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주 연준은 2개월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41년 만에 단행한 '매파'(통화긴축 선호) 행보였으나, 시장이 예상했던 결과라는 점에선 글로벌 금융시장의 투자심리를 소폭 되돌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안내)를 제시하기 어렵다면서도, 올해 남은 FOMC에서는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신호를 내비쳤다. 이에 강력한 금리인상 기조를 반영했던 시장 내 위험회피 우려는 완화됐다.
하지만 지난주 환율 낙폭이 1200원대까지 레벨을 낮췄다는 점에선 기술적 가격 반등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측에는 아직 인플레이션 정점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 연말에 접어들수록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 등이 반영돼 있다. 달러 강세의 방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관측이다.
먼저 지난 29일(현지시각) 미국의 6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1년 전보다 6.8% 상승했으며, 전월(6.3%)보다 오름폭이 더욱 확대됐다. 이는 지난 1982년 1월 이후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근원 PCE 가격지수도 전년동월대비 4.8% 오르며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높았다는 점에서 오름세는 예상됐으나, 근원(에너지·식품류 제외) PCE 상승률이 변곡점을 보지 못하고 상승 전환했다는 점은 물가 상승 부담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으로 보여준다. 미국 가계의 소비지출은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미국 경제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 연준에서도 PCE는 금리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표로 꼽는다.
여기에 이 주 발표될 지난달 미 ISM제조업지수 및 비농업 고용지표 등의 결과는 미 경기침체 진입 논란을 더욱 가속할 수 있다. 미국 주요 경기체감지수들이 계속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추가 하락 흐름이 확대되기보단 변동성 장세가 예상된다.
최근 미 국채금리 2년·10년물의 금리차 역전이 확대된 점도 달러 강세를 지지하고 있는 재료 중 하나다.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현상은 통상 경기침체 전조로 평가된다.
유로화와 일본 엔화 등의 약세가 지속된다는 점도 달러 하락을 제한할 요인으로 꼽힌다.
연초 이후 유로화와 일본 엔화 등의 약세로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의 상승은 신흥경제국(EME) 달러지수보다 더욱 가팔랐다. 이달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 '빅스텝'(0.5%p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경기 둔화 우려 지속에 유로화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일본 역시 초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고집하고 있다.
다만, 국내 증시가 이번 주 안도랠리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증시에선 미국의 강도 높은 긴축과 인플레이션 공포로 위축됐던 증시가 피크아웃 및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이 확대되고 있다.
[다음은 이번 주 원·달러 환율 향방에 대한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코멘트]
▲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이번 주 발표되는 7월 ISM제조업지수와 비농업 고용지표 결과는 미국 경기침체 진입 논란을 불을 지필 것으로 예상돼 달러화는 추가 하락보다 변동성 장세가 전망된다. 다만, 두 지표를 통해 경기 부진 확인과 물가 둔화 시그널이 확인된다면 파월 피봇(기조 전환)이 더욱 부각되면서 달러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다.
글로벌 달러 강세 모멘텀이 약화된 상황이지만 유럽 내 에너지 리스크와 더불어 중국 경기 둔화 우려 확대는 달러의 낙폭을 제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7월 중국 제조업 PMI지수가 49로 재차 50선을 하회하면서 경기 불안 우려를 자극한 것은 위안화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달러 하향 안정과 더불어 외국인 주식순매수 확대에 기댄 주가 반등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소폭의 추가 하락이 기대된다.
▲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 1270~1330원
7월 FOMC 이후 예상했던 결과와 선반영 인식에 달러화는 약세로 반응했다. 미국 6월 물가 서프라이즈 이후로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기대는 여전히 유효했으며, 통화정책 정상화 경계감도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연준의 긴축 재료에 따른 달러 강세 속도는 조절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상대적 관점에서의 경기와 긴축 속도를 고려하면 달러인덱스의 방향이 빠르게 바뀌긴 어려워 보인다 연초 이후로 유로화, 엔화 등의 약세는 선진통화 대비 달러지수의 상승이 더욱 가파르게 나타났다. 지난달 21일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재가동에도 불구하고, 가스 공급 추가 감축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ECB 통화정책 회의 결과도 경기 둔화 우려 지속에 유로화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다.
9월 연준은 50bp(1bp= 0.01%), ECB는 25bp의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상대적 경기 및 긴축은 여전히 달러 강세 압력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