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국내 패션 기업들이 럭셔리 골프복 브랜드를 잇달아 선보이며 일명 '영앤리치'(젊은 부자) 골퍼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골프복을 일명 명품처럼 소비하는 트렌드가 형성되자 국내 패션가는 해외 럭셔리 브랜드와 손잡고 새로운 골프복을 출시하거나 협업 상품을 쏟아낸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코오롱FnC)이 전개하는 골프 브랜드 지포어(G/FORE)에선 독일의 라이카 카메라(Leica)와 손잡고 한정판 거리측정기 패키지를 내놨다. 파괴적인 럭셔리(Disruptive Luxury)를 콘셉트로 골프계에서 새로운 장르를 만들고 있는 지포어와 100년 이상의 역사를 통해 디지털 기술 선구자로 자리매김한 라이카 카메라가 만나 프리미엄 라운딩을 완성시키겠다는 취지다. 골프용 거리측정기와 케이스, 액세서리로 구성된 한정판 가격은 158만원.
문희숙 코오롱FnC 골프사업부 사업부장(상무)은 "지포어는 최근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과 협업해 영앤리치 호캉스족을 공략하며 색다른 브랜드 경험을 선사해 주목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골프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와의 협업을 선도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현대백화점그룹 패션전문 계열사 한섬은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랑방(LANVIN)과 손잡고 골프복 랑방블랑(LANVIN BLANC)을 선보이기로 했다. 랑방블랑은 랑방의 헤리티지(heritage·유산)인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기능성을 극대화한 브랜드다. 신축성·통기성·자외선 차단 기능은 물론 면이나 실크처럼 부드러운 촉감이 나면서도 기성복처럼 볼륨감 있는 디자인을 연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탈리아·스위스 프리미엄 원단을 대거 도입했다.
랑방블랑 가격대는 외투 49만원~200만원, 상의 23만8000원~89만8000원으로 구성된다. 캐주얼 골프복이 10만~20만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고가에 속한다. 한섬은 이달 중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무역센터점·판교점·더현대 서울 4곳에 랑방블랑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하반기까지 주요 백화점을 중심으로 매장 수를 1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 구호(KUHO)에선 2022년 가을겨울 시즌부터 골프복을 정식 라인으로 전개한다. 앞서 구호에선 두번에 걸쳐 골프 캡슐 컬렉션을 선보인 바 있다. 캡슐 컬렉션이란 급변하는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위해 제품 종류를 줄여 작은 단위로 발표하는 컬렉션을 말한다.
특유의 현대적인 디자인과 여유로운 실루엣에 효율적인 기능을 더한 상품들이 골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자 정식 출시를 결정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21년 가을겨울 시즌에 견줘 상품 수와 공급 규모를 2배 이상 늘렸다. 판매처도 일부 주요 매장에서 전국 매장으로 확대했다.
국내 패션가의 영앤리치 골퍼 마케팅은 코로나19 이후 골프계에 불어온 뉴럭셔리 바람 때문이다. 홍승완 씨제이 이엔엠(CJ ENM)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코로나19 이후 2030 골린이와 여성 골퍼가 대거 유입되며 골프복을 명품처럼 소비하는 트렌드가 형성됐다"며 "명품 못지않은 가격 정책과 희소성의 뉴럭셔리 영향으로 남과 똑같은 옷은 입기 싫은, 필드 위 나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고객이 늘면서 골프복 생산 방식도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변화해 가격도 비싸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별도 복장이 없는 미국, 유럽과 달리 한국, 일본만 골프복 조닝이 유난히 발달한 특성을 보인다. 이는 골프를 스포츠 그 자체로 여기는 미국, 유럽과는 달리 한일 두 나라는 골프가 비즈니스와 연결된 문화로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골프복 시장 규모는 올해 6조3000억원 수준으로 전년보다 1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