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보다 고물가 비용 커"
"당분간 제약적인 정책 기조"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잭슨홀 회의 석상에 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더 단호해진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그는 연설 내내 장기전을 염두에 둔 듯 인플레를 마흔 다섯번이나 외치면서 매파 발언을 쏟아냈다.
역대 연준 의장의 연설 가운데 이례적으로 짧은 8분여에 불과했지만 메시지는 굵고 강렬했다는 평가다. 그의 말은 '피크아웃(물가 정점)' 기대감에 들떠 있던 금융시장에 찬물을 끼얹었고, 경제대통령의 의지를 확인한 뉴욕증시는 폭락장을 연출했다.
파월 의장은 26(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주최로 열린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또 한 번 이례적으로 큰 폭의 금리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두 달 연속 0.75%p의 기준금리 인상(자이언트스텝) 결정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을 반복한 것이다. 이후 7월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둔화했다는 발표가 뒤따르면서, 금융시장에서는 '피크아웃' 기대감이 커졌지만 이같은 분위기와 달리 9월에도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6월 9.1%에서 7월 8.5%로, 7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6월 6.8%에서 7월 6.3%로 각각 둔화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단 한 번의 물가지표 개선만으로는 물가상승률이 내려갔다고 확신하기에는 모자라다"고 일축했다. 그는 "올해 들어 연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2.25~2.5%까지 올라간 미국의 기준금리는 중립금리 수준에 가까워진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멈추거나 쉬어갈 지점이 아니다"라고 쐐기를 박았다.
파월 의장은 "물가 안정 없이는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물가상승률을 우리의 2% 목표치로 되돌리는 데에 초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물가상승률을 2%로 되돌리기 위해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까지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물가 안정을 복원하려면 당분간 제약적인 정책 스탠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역사는 (통화)정책을 조기 완화하면 안 된다고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고도 했다.
파월 의장은 고강도 금리인상에 따른 경제적 손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파월 의장은 "높은 금리와 느려진 경제 성장, 약해진 노동시장 여건이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사이 가계와 기업에도 일정 부분 고통을 가져올 것"이라면서 "이것은 물가상승률 축소에 따른 불행한 비용이지만, 물가 안정 복원의 실패는 훨씬 더 큰 고통을 의미한다"고 역설했다.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은 과도한 금리인상이 경기침체를 부를 수도 있는 만큼 연준이 속도 조절에 나설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기에 충분했다. 뉴욕증시의 주요지수는 보합권에서 상승 출발했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이후 수직낙하하며 2% 안팎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