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미국 잭슨홀 미팅에 참석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추가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물가상승률이 5%를 넘어설 경우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히면서다.
이는 0.25%p 금리 인상을 결정한 지난 25일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당분간 0.25%p씩 인상' 발언과는 전제 조건을 달았지만 온도차가 있어 주목된다.
이 총재는 27일(현지시각)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추가 빅스텝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데이터의 불확실성으로 미리 언급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을 경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처럼 한은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 총재의 이같은 답변에 대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상황에 적용시켜 재해석한다면 큰 폭의 금리 인상은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분명 이 총재가 밝힌 지금까지의 금리인상 기조와는 차이가 있다. 이 총재는 지난 7월 사상 첫 빅스텝 인상을 단행한 뒤 향후에는 0.25%p씩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지난 25일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물가 정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점진적 인상기조를 유지했다.
이 총재는 앞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미국보다 금리 인상을 먼저 종료하기는 어렵다”며 “물가 상승률이 4~5%의 높은 수준을 보이는 한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한·미 금리 차에 대해서도 “한·미 금리 차 자체는 통화 정책의 우선순위는 아니다”라면서도 “미국의 금리 인상은 원화의 절하(환율 상승) 압력이 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은의 통화정책이 한국 정부로부터는 독립했지만 미 연준의 통화정책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은 아니다"면서 "한은이 미 연준보다 먼저 금리인상을 시작했지만 미국보다 먼저 금리인상을 종료하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연 2.5%)와 미국의 기준금리(연 2.25~2.5%)는 상단이 같다. 파월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또 한 번 큰 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상황이어서 연준이 9월에도 자이언트스텝(0.75%p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준이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최소 빅스텝(0.5%p)을 밟을 가능성이 큰 만큼, 이래저래 한·미 금리 역전은 불가피해졌다.
이 총재는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졌을 때 한 1%p를 중심으로 왔다 갔다 했다"면서 "격차가 너무 커지지 않는 정도로 부정적 영향을 모니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결국 이 총재가 '빅스텝'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선 것은 잭스홀 미팅을 전후해 파월의 날카로워진 매의 발톱을 의식한 미묘한 입장변화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