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금리에 "신용대출부터 갚자"···최고금리 7% 돌파
수익성 '비상' 은행, 대출금리 낮추며 고객유치 사활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8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치솟으면서 빚 갚는 사람은 늘고 새로 빚 내는 사람은 줄면서 가계대출이 역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최대 수익원인 가계대출이 쪼그라들면서 은행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31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6조4509억원으로 전월 말(697조4367억원)보다 9858억원 감소했다.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들어 계속 내리막길이다. 지난해 12월 말 잔액(709조529억원)과 비교하면 8개월 만에 가계대출이 12조6020억원 줄었다.
대출상품별로 보면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잔액이 127조6139억원으로 전월(128조8256억원)보다 1조2117억원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506조6804억원에서 507조3023억원으로 6219억원 늘었다. 지난달 가계대출 감소분의 대부분을 신용대출이 차지한 것이다.
은행권은 금리가 치솟으면서 상대적으로 갚기 쉬운 신용대출부터 상환하려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주요 신용대출 상품 금리(금융채 6개월물)는 연 4.55~7.05%다. 지난해 말 신용대출의 최저금리가 3% 초반대, 최고금리가 4% 중반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8개월 만에 금리가 1~2%p(포인트) 이상 뛰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부 대출상환 형태를 살펴보니 고신용자들이 신용대출을 다 갚아나가는 추세"라며 "금리가 많이 올랐는데 주담대는 특성상 갚고 싶다고 당장 갚을 수 있지 않다보니 일단 신용대출부터 갚아서 이자부담을 줄이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줄어든 가계대출은 기업대출로 만회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기업대출(대기업+중소기업+소호대출) 잔액은 687조4270억원으로 전월(681조6676억원)보다 5조7594억원 늘었다. 기업대출은 올해 들어서만 50조1761억원 증가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감소에 따른 수익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기업대출을 적극 취급한 결과다.
기업대출이 늘었지만 핵심 수익원인 가계대출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은행권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은행들은 저마다 대출금리를 인하하거나 우대금리를 높이는 등 금리혜택을 제공하며 대출고객 모으기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말 종료할 예정이었던 주담대 우대금리 혜택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에서 5년 변동금리로 △주담대(우리아파트론·우리부동산론) △우리원(WON)주택대출을 새로 받는 경우 0.2%p의 우대금리를 연말까지 받을 수 있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6개월물을 기준으로 하는 △우리전세론(주택보증·서울보증·전세금안심) △주거용 오피스텔 담보대출(우리부동산론)의 신규 대출에 적용했던 0.2%p 우대금리도 연장 적용된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달 24일부터 개인신용대출 금리를 0.3~0.5%p, 주담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0.2%p, 0.1%p씩 인하했다. 국민은행도 지난달 25일부터 주담대 고정금리 상품의 금리를 0.2%p 낮췄다. 농협은행도 지난달 26일부터 서민금융 상품에 최대 0.5%p 우대금리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몇개월째 역성장하면서 수익성을 일부 포기하면서까지 대출 성장을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예대금리차 공시 등의 영향도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역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리를 낮춰서 (대출) 수요를 어떻게든 끌어오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