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중소형 증권사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돌연 비용 감축 등을 골자로 한 비상 경영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역대급 실적 행진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였던 증권가에서 이베스트투자증권의 행보는 단연 주목될 만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이에 따르면 임원 월급 중 20%의 지급이 유보된다. 또, 지원 부문과 영업 부문에서 각각 각각 30%, 20% 삭감하기로 했다. 비상경영은 올해 말까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지난해까지 저마다 '깜짝 실적'을 시현하며 평균 보수도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하지만 올해는 판이한 상황이 벌어졌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났다. 증시 침체에 따른 거래대금 급감과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운용 손실 여파가 컸다. 이러한 중에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선언한 비상 경영은 적잖은 우려를 낳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는 김원규 대표가 사내에 긴장감을 불어넣고자 한 결정이었다. 증권업황이 전반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리스크 차원 관리 차원의 조치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측은 "자금이 부족하거나 회사 경영 상황이 크게 나쁘지 않음에도 최근의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미리 대비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심각한 상황이 아님에도 비상 경영을 단행한 것을 두고 과도한 조치로 해석될 수 있지만, 업계에선 37년 증권인으로의 김 대표 관록이 드러났다고 본다. 선제적 비상 경영을 통해 사내에 경각심을 불어일으킨 점을 높게 사는 한편, 오히려 향후 경영에 대한 자신감이 표현됐다고 평가한다.
지난 2019년 이베스트투자증권 수장에 오른 김 대표는 전 부문의 고른 성장을 통해 매년 50% 이익 성장과 자기자본 1조원 목전을 이끈 탁월한 경영 성과를 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큰 악재에도 최대 실적 경신을 이끌었다. 당시에도 비상 경영을 단행, 위기를 타파하고자 했다.
김 대표는 취임 당시 '현실 자각'부터 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회사 전략은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며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데, 과거의 컴팩트한 관리와 규모로서는 현재의 지위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후에도 해마다 좋은 성과를 시현했음에도 김 대표는 안주하지 않고 정진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비상 경영을 통해 긴장감과 경각심을 불어넣고자 한 조치도 김 대표의 경영 마인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반기 역시 부진한 시장 상황에 업계 전반적으로 실적 개선이 요원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베스투자증권이 최고 중형사 도약을 향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업계는 자못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