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연체가 있더라도 이자를 갚으려는 의지가 있는 분이 많은 상황에서 산소호흡기를 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 경제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코로나19 여파로 기초체력이 약화된 중소기업·소상공인에 금융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이달 말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를 앞두고 해당 조치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재연장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원장은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권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금융권과 만기연장·상환유예 추가 연장 논의를 진행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지난 2020년 4월 시행된 코로나19 금융지원은 같은 해 9월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사태의 여진이 이어지면서 6개월씩 네 차례 연장돼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다. 종료를 앞둔 시점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경영정상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터라 추가 연장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그는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대한) 당국과 정부의 입장은 계속 검토해드린 바와 같다"면서도 "다만 코로나가 어느 정도 가셔질 것을 전제로 계획했는데, 아직 여진이 남아 있는 데다 금리인상과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은 고려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적 충격이 강한 상황에서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넘기는 게 합당한 것인가라는 기본적인 문제의식이 논의에 깔려 있다"며 "새출발기금은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를 특정해 지원하고 있지만 그보다 좀 더 규모가 큰 중소기업이나 법인 중에는 외부 충격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큼에도 재정으로 지원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같이 끌고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9월말 만기연장 상환유예 종료와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이 원장은 "개인 입장에서 어떻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취득한 정보나 업권에서 들은 의견을 합리적인 방식으로 피력하려는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추가 연장 여부를 명확히 밝히진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이 원장의 발언이 사실상 금융지원 재연장을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재연장 여부는 이달 중순께 결정될 예정이다.
금융 당국은 이와 별개로 금융사의 건전성 관리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차주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데 있어서 금융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현재 정부에서 새출발기금 등의 지원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금융권도 자체적인 연착륙 유도방안을 준비 중에 있지만, 차주의 자금사정과 경영상황을 가장 잘 아는 것은 금융회사"라면서 "중소기업·소상공인 차주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데 있어서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금융회사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처한 차주에 대해 일종의 '넛지'와 같이 약간의 도움을 줘서 정상화를 유도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와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도 피력했다.
이 원장은 "오히려 이러한 상생 노력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과 중장기적인 동반자 관계를 확고히 한다면 금융회사의 수익기반이 더욱 탄탄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차주의 연착륙 지원과 관련해 업계의 의견과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이 원장을 비롯해 금감원 은행·중소서민 부원장, 은행연합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 등 금융업권 협회장, 상호금융중앙회 대표,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등 은행장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