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70원대로 내려섰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강)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비(非)달러들의 통화가 반등한 영향이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380.8원)보다 7.2원 내린 달러당 1373.6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2거래일째 하락한 것은 물론, 3거래일 만에 1370원대로 내려섰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5.8원 내린 1375.0원으로 개장한 뒤 오후 중으로는 1377원대로 올라서는 등 낙폭을 줄이기도 했다. 하지만 재차 낙폭을 키우면서 1373원대로 장을 마감했다.
나흘 간의 추석 연휴기간 중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인상)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콘퍼런스 발언 등이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행보로 비춰졌다. 하지만 시장 예상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달러 강세는 소폭 둔화했고, 여기에 글로벌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감도 맞물리면서 환율이 내려섰다.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달 말 큰 폭의 금리인상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금리인상폭을 제시하지 않았으나, 사실상 자이언트스텝을 예고했다는 관측이 시장을 지배했고, 이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최근 물가 피크아웃에 대한 신호들이 잇따르면서 달러 강세는 제한적이었다. 한때 배럴당 120달러에 달했던 국제유가는 80달러 수준까지 내렸고, 이날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공개된 기대인플레이션도 상당폭 완화됐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12일(현지시간) 지난달 소비자전망 설문조사에서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5.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6.2%)보다 0.5%p 떨어진 결과로 작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8월 CPI 역시 전월(8.5%) 수준을 소폭 하회하는 8.1%로 예상되면서 물가 정점론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앞서 달러의 카운터 파티인 유로화도 ECB의 매파 행보에 강세를 보였다. ECB는 지난 9일(현지시간) 과거 1999년 유로화가 탄생한 이래 두 번째로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으며,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금리인상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또한 유럽연합(EU) 전기 수요 감축 의무화 노력과 에너지 기업들의 이익 사회 환원 정책 등도 유로화 강세를 지지했다.
이에 유로화는 1유로로 1달러를 살 수 있는 '패리티'(등가) 수준을 회복했고, 일방적인 글로벌 달러 강세를 제한했다. 파운드화도 달러당 1.171파운드까지 뛰는 등 달러 약세에 힘을 보탰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 역시 지난주 110달러선까지 치솟았으나, 현재 108선 초반까지 급락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소비자물가의) 헤드라인 수준은 떨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면서도 "다만, (만약 CPI가 예상을 웃돌 경우) 시장은 다시 한 번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9월 FOMC에서도 금리인상 사이클에 대한 강한 메시지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