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합성신약과 개량신약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종근당이 바이오의약품까지 넘보며 파이프라인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적극적인 연구·개발(R&D)로 혁신 신약을 개발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해에는 매출액의 12%인 1634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종근당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지목한 분야는 바이오의약품이다. 2008년부터는 빈혈 치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네스벨 연구에 뛰어든 결과 세계 첫 네스프 바이오시밀러를 선보이는 결실을 맺기도 했다. 네스벨은 세계에서 처음 선보이는 네스프 바이오시밀러이자 종근당의 첫 바이오의약품이다. 지속형 적혈구 조혈 자극제인 다베포에틴-알파(Darbepoetin-α)를 주성분으로 하며, 만성 신부전환자의 빈혈, 항암 화학요법에 의한 빈혈 치료에 사용된다.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으며, 이듬해에는 일본 후생노동성으로부터 제조판매 승인을 따냈다. 종근당은 2020년 다국적 제약사 알보젠의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로터스와 네스벨을 동남아시아 3개국에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으며, 향후 3조원에 육박하는 유럽과 미국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지난해엔 황반변성 치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CKD-701(주성분 라니비주맙)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CKD-701은 종근당이 2012년부터 연구를 시작해왔다. 종근당은 2018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서울대학교병원을 비롯한 25개 병원에서 습성 연령 관련 황반변성 환자 312명을 대상으로 CKD-701과 원조 약인 루센티스를 투여해 두 약물의 임상적 동등성을 확인했다. 3개월이 지난 후 최대교정 시력을 평가한 결과 측정 기구에서 한 번에 볼 수 있는 글자가 15글자 미만으로 내려간 환자의 비율이 CKD-701 투여군에서 146명 중 143명(97.95%), 루센티스 투여군에서 145명 중 143명(98.62%)으로 나타나 동등성 범위가 충족됐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이중항암항체 신약 후보물질 CKD-702는 종근당이 지목한 첫 바이오 신약으로 2020년 1월30일 임상 1상 승인을 받았다. 기존 상피세포 성장인자(EGFR) 타겟 약물의 부작용인 피부독성 (skin rash)이 낮은 장점이 있으며, 암세포 증식 저해 능력은 병용 효과 대비 우수하다.
종근당은 다수의 화학 합성 신약과 개량신약 연구 과제도 보유하고 있다. 샤르코마리투스(CMT) 질환 치료제인 CKD-510가 대표적으로, 유럽 임상 1상 시험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을 입증했다. CKD-510은 염증성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6(HDAC6)를 억제하는 기술이 적용된 신약 후보물질로, 유럽 임상 1상에 앞서 종근당이 건강한 성인 8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1상에선 유의미한 안전성과 내약성이 확인됐다. 하루 한번 먹는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엿본 셈이다.
비임상 동물실험에서는 말초신경계 축삭 수송 기능을 개선하고 비정상적인 단백질 응집을 막아 운동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효능이 확인됐다. 종근당은 유럽 임상 1상 결과를 바탕으로 샤르코마리투스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임상 2상을 신속하게 시작할 계획이다. 이 병은 손발의 근육이 점점 약해져 손 모양과 발 모양에 변형이 일어나고, 심하면 걷지 못하게 되는 희귀난치성 유전병이다.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허가된 치료 약물이 없다.
종근당은 항암신약개발사업단과 함께 차세대 항암제 CKD-516 경구제에 대한 연구도 이어간다. CKD-516은 암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을 파괴해 세포의 괴사를 유도하는 새로운 기전의 물질이다.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기존의 항암제보다 더욱 직접적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로 주목받고 있다. 지속적으로 약을 투여해야 하는 환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주사제가 아닌 경구제로 개발하는 것도 차별점이다. 2020년 10월13일 국내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승인 받아 병용 연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