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도표, 연말 4.0~4.5% 전망···내년 금리상단도 4%후반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75bp(1bp=0.01%) 인상했다. 물가가 정점을 찍고 하강할 것이란 기대가 꺾이면서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한 번에 금리를 100bp 인상하는 '울트라스텝'은 피했으나, 올해 연말까지 금리가 4.4%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4연속 자이언트스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내년 최종 기준금리 전망에 대해서도 월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4% 후반대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상황에 따라서는 5%까지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연준은 22일(현지시간) 이틀 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통해 현재 2.25~2.5%인 기준금리를 3.00~3.25%로 75bp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졌으며, 이번 결정으로 연준은 금리를 5회 연속·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은 21세기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연준이 이처럼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것은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함이다. 앞서 발표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8.3%(전년동월대비)를 기록하며 2개월 연속 오름세가 둔화했으나, 시장의 예상치(8.0%)를 웃돌았다. 또한 변동성이 강한 에너지·식품류를 제외한 근원CPI는 6.3%로 올라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처럼 물가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강)에 대한 기대가 한풀 꺾이면서 시장에선 연준의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예상했다. 여기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달 잭슨홀미팅 이후부터 시장 내 과도했던 연준의 '피벗'(정책 기조 전환) 기대를 돌려놨다. 더욱 강력한 울트라스텝의 경우 물가 오름세가 더욱 가팔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과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준이 보폭을 더욱 넓힌 것은 아니지만, 내년까지 지속적으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신호는 더욱 강해졌다.
이날 새롭게 공개된 점도표(dot plot,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를 보면 FOMC 위원 19명 가운데 가장 많은 9명이 올해 기준금리가 4.25~4.5%까지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으며, 그 외 8명은 4.00~4.25%를 점쳤다. 경제전망에선 종전 전망치(3.4%)보다 1.0%p 높은 4.4%를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4.0%를 넘어설 것인지를 가늠했는데, 이를 훌쩍 넘어선 전망이다.
특히 내년 금리는 무려 4% 후반대를 향했다. FOMC 위원 19명 중 6명은 내년 기준금리를 무려 4.75~5.00% 수준으로 예상했다. 나머지 6명은 4.50~4.75%를, 또 다른 6명은 4.25~4.5%로 각각 전망했다. 최소한 4% 후반대까지는 인상을 진행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내년 금리 상단이 최대 5%에도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경제전망에선 내년말 금리가 4.6%에 도달할 것으로 봤으며, 6월 전망(3.8%)보다 0.8%p 높아졌다.
점도표 상으로만 보면 최소한 내년 하반기 또는 내후년께 들어서야 금리인상이 멈처선 뒤 금리 인하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높은 물가 오름세가 쉽게 내려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올해 연말까지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5.4%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6월 제시한 5.2%보다 0.2%p 높다. 이에 반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 전망 1.75%에서 1.5%p나 낮은 0.2%로 제시했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도 종전 3.7%에서 0.1%p 높은 3.8%로 올렸다.
사실상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란 평가다. 이런 경기 침체에도 연준은 물가안정을 위한 기조를 계속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보이며, 시장의 예측보다 더욱 강력한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에 금융시장 내 충격도 적잖이 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