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최근 전세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부담 증가와 집값 하락 등으로 전세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우려가 커진 탓이다.
이에 너무 오른 전셋값과 대출 이자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월세로 눈을 돌리면서 시장 역시 커지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국면 속에서 전셋값 하락세는 가팔라지고 월세 전환 움직임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한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14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연초와 비교하면 0.9% 빠졌다. 지난달 기준 전국 주택종합 전세 가격은 0.28% 떨어지며 한 달 전(-0.08%)보다 하락 폭이 확대됐다. 서울은 –0.07%에서 –0.16%로 2배 이상 낙폭을 키웠다. 인천(-0.34%→-0.76%)과 경기(-0.12%→-0.46%) 역시 낙폭이 커졌다.
이처럼 전세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건 전세 수요가 줄어서다. 지난달 전세 수급지수는 89로, 연중 최저치(낮을수록 수요 부족이 심하다는 뜻)를 기록했다.
반면, 월세 수급지수는 99.6로 7월 대비 1.2포인트(p)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월세시장은 확대되고 있다.
전세 수요가 월세로 전환하면서 월세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서울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월세통합 가격지수는 101.8을 기록, 전월대비 0.09% 올랐다. 이 지수는 2019년 8월 이후 36개월 연속 상승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월세 가격 상승률은 한 달 전보다 0.02%p 떨어진 0.20%를 기록했다. 서울은 7월 0.10%에서 지난달 0.12%로 상승했으며 인천은 0.28%, 경기는 0.25% 각각 올랐다.
직방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월세 거래를 선호한다는 응답자가 2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전세 보증금 등 목돈 마련이 어려워진 데다 매매 가격 하락에 따른 깡통전세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월세 선호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정부의 투명한 임대차 시장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 인상 부담으로 전세 보증금 목돈 마련이 어려운 이유와 사기, 전세금 반환 등 목돈 떼일 부담이 적다는 이유로 임차인은 월세 거래를 더 선호하는 양상으로 바뀌었다"며 "또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례, 전세 사기 등 불안 요인도 커지며 월세 거래 선호가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 랩장은 "전반적인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임차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며 "임대차 시장 변화 속에 임대인과 임차인 상호 간 신용 확인을 통해 안전한 임대차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도 "금리 인상이 가장 큰 원인으로, 고금리로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반적인 전세나 매매시장이 얼어붙었다"며 "최근 1~2년 전만 해도 대출을 받아서 전세에 들어가거나 매매에 나섰는데 이제는 대출이자 비용을 생각했을 때 월세가 더 낫다는 인식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월세 가격이 많이 올라가면 다시 전세 수요가 늘 수 있지만 금리 인상 기조 지속 상황에서 월세 선호 현상도 이어질 것"이라며 "전세 사기, 깡통전세 등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우려 역시 월세 수요 증가의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