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공사채 '시장교란', 이대로 괜찮나?
[데스크 칼럼] 공사채 '시장교란',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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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채의 시장교란 문제가 채권 시장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을 비롯 세계 주요국의 긴축정책으로 인해 채권가격은 떨어지고 채권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는 사실상 막혔다. AA급 이상 우량 기업들마저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면 20bp는 기본으로 더 얹어줘야 하는 형편이니 채권시장에서의 '금리발작'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이달들어 회사채 발행액(ABS 제외)은 2조800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1%나 줄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장이 경색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던 2020년 동월 5조9579억원과 비교해도 절반에 불구한 수준이다. 새로 채권을 발행해서 기존 채권을 갚아가는 차환발행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회사채 순발행액은 올해 들어 꾸준히 감소세다. 차환 발행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니 채권 발행을 통한 미래 사업에 투자할 여력은 짜내기 어렵다. 

반면 회사채 금리는 고공행진이다. 3년물 기준 이달 연 5.189%로 연중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1년 전과 비교해 2.6배 높은 금리다. 

더 심각한건 회사채와 국고채간 금리차, 즉 신용스프레드다. AA-등급 회사채와 국고채의 금리 간격은 이달 23일 기준 0.990%p에 달했다. 올해 들어 한국전력이 연일 채권을 찍어내기 위해 금리를 높여 불렀던 영향을 죄다 반영하고도 국고채와 회사채의 금리 간격은 1%p에 육박한 것이다. 

이런 현상이 뜻하는 건 뻔하다. 

공기업들의 천문학적 적자 규모와 부채는 윤석열 정부 들어 하루가 멀다하고 지적하는 이슈다. 이들 공기업에 정부가 지급보증 등 신용을 보강해 주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부실 경영에도 불구하고 공기업들은 일반 기업보다 금리를 1%나 덜 주고도 마구마구 공사채를 찍어낸다.

결국 채권시장의 혼란이 생겨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건은 더욱 악화되는 셈이다. 혼선이라는 표현도 모자라 교란수준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정부가 뒷배로 서 있는 공사들에게 밀려 채권시장에서 디딜 땅도 없다. 투자자들 역시 정부 지급보증이 100% 확실한 것처럼 믿고 수익구조적·재무적으로는 투기등급과 다를바 없는 공사채에도 투자한다. 정부 지원 가능성만으로 부실한 공사채는 국채 수준의 안전자산으로 왜곡돼 평가된다.

올해 적자 30조원이 우려되는 한전의 회사채 발행액이 연말까지 발행한도의 두 배를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로 인한 채무불이행 우려도 적지 않다.

1조원에 달하는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서울교통공사는 손실 보전을 위해 연내 3294억원 규모의 공사채 발행을 추진한다. 기존에 발행한 채권 상환을 위해 3500억원의 차환발행도 검토중이다. 

올해 39개 주요 공공기관들의 부채비율은 187%를 뛰어 넘어 지난해보다 26%p나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어지간한 공기업들은 정부를 믿고 채권시장을 기웃거리고 있고 이로 인해 채권시장 교란은 더 심화될 것이다. 한전,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 뿐 아니라 충북개발공사 등 지자체 산하 공기업들까지 채권시장에 연일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 

다행이 이처럼 공기업들이 너도나도 채권시장을 기웃거려도 최근들어 보험사들을 비롯한 기관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실제 일부 공기업 채권은 미매각 상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반면 CJ제일제당, 두산에너빌리티 등 실적과 사업안정성을 높이 평가받음으로써 회사채 시장에서 흥행한 기업들의 소식도 이어진다.

공사채의 시장 교란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의 정화 능력이 아직 존재한다는 안도의 마음이다. 이와 함께 기획재정부, 산업자원부, 금융당국이 채권 시장에서의 공기업의 영향에 대해서도 좀더 세심히 살펴보기를 당부한다. 

기업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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