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도마 오른 이창용 '포워드 가이던스'···"외환시장 혼란 야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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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 리스크'에···"기준금리 인상기조 유지"
"5% 고물가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전망···통화스와프 논의 중"
여·야 모두 '가계대출 부담' 지적···부동산PF·외환보유액 지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이후 첫 국정감사에서 '의사소통 방식'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불확실성에 더해 우크라이나 사태, 글로벌 경제 둔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총재의 '명시적'인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사전적 정책방향 제시)가 오히려 경제·금융시장의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이창용 총재가 지난 7월1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앞으로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며 '0.25%포인트(p)'씩 인상하겠다고 했는데, 통화정책 책임자로서 향후 포인트까지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이후 상황이 변하면서 이에 대한 이 총재의 입장과 언급이 바뀌었다. 미래 예측은 굉장히 어려운 영역이지만 이 총재의 이전 발언들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질타했다.

실제 이 총재 발언 이후 한국은행은 8월 금통위에서 베이비스텝(0.25%p 기준금리 인상)을 밟았다. 그러나 미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내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파월 의장이 이 자리에서 "미국의 가계와 기업이 고통을 받더라도 물가 목표를 맞추기 위해 금리인상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하게 발언한 것.

유 의원은 "제롬 파월 의장이 금리인상에 대한 강한 발언을 했는데, 이후 이 총재의 발언이 안타까웠다"며 "8월30일 내부보고 이후 총재는 '예상했던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언급하며 잭슨홀 회의와 전혀 동떨어진 방향으로 언급을 이어갔다"고 지적했다. 또 "9월20일이 돼서야 이 총재의 발언이 조금 바뀌었고, 다음날인 21일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0.75%p 금리인상)을 밟자, 그제야 금리인상에 대해 '5~6% 물가가 오래간다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점도 아쉽다"고 말했다.

미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이후에도 매파적 발언이 지속되면서 외환시장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올해 6월 1300원 선에 진입한 원·달러 환율은 8월 중순께부터 치솟기 시작하더니, 지난달 약 14년 만에 1400원선을 돌파했다. 지난달 28일엔 1440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10월 원·달러 환율도 최고 16원 가량 급등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널뛰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한은은 원·달러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달러화를 시중에 풀었고, 결과적으로 외환보유액이 한 달 사이 200억달러 가까이 급감했다. 한은이 지난 6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67억7000만달러로, 8월 말(4364억3000만달러)보다 196억6000만달러나 감소했다. 금융위기 당시 이후 13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유 의원은 결국 이 총재가 '0.25%p' 인상하겠다는 명확한 방침을 밝힌 이후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더 커졌고 통화정책의 신뢰성도 흔들렸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이창용 총재는 "오는 12일 통화정책 결정에 민감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는 점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또 이전 발언에 대해 말씀을 드리자면 발언에 있어 전제조건을 붙여 말했었다. 그런 내용까지 같이 확인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해명했다.

이어지는 환율 관련 질의에서도 이 총재는 발언을 다시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지난 9월26일 이 총재가 통화스와프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불필요하나, 국민들이 불안해하기 때문에 받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여전히 이 의견에 대해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냐"고 묻자 이전 발언이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보다 강했다며 다시 의견을 밝혔다.

이 총재는 "(그 당시 통화스와프에 대한) 표현이 조금 강했던 것 같다. 용어로 필요, 불필요를 말해 불필요한 오해를 샀다"고 인정하며 "경제 주체의 심리적 안정을 가져와 환율 안정에 도움은 많이 되겠으나,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한 그것만으로 환율 저하를 막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은 현재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한·미 통화스와프가 다시 체결될 수 있도록 미국 측과 협의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총재는 외환보유액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했다. 외환보유액이 급감했다는 여야 의원들의 우려에 대해 그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100%에 조금 못 미치는데, IMF 내부에서도 우리나라 외환보유고가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진짜 아무도 없다"고 했다. 또 "지금 수준으로는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다만 외환보유액 증감 속도에 대해 우려하는 분들이 많다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장에선 국내 8월 경상수지가 4개월 만에 또다시 적자전환하면서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가 지난 7월(-14억3000만달러)에 이어 8월(-44억5000만달러)에도 적자를 기록하자, '한국경제 위기설'이 국감장에서도 언급된 것.

"무역적자가 계속 커지고 있는데 어떤 것을 근거로 무역이 흑자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질문에 이 총재는 "9월엔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연간 기준으로는 흑자를 보일 것"이라며 "올 상반기에 270억 흑자를 냈고 하반기 적자가 왔다 갔다 하더라도 통계적으로 반년 이상 지난 시점이라 흑자는 거의 확실하다. 내년 상반기가 불안하겠지만 이후 회복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내년에도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월 물가 정점' 의견에 대해서는 "견해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내년 1분기까지 5%대의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고물가 상황 고착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이 기준금리 인상폭을 묻자 "5~6%의 고물가 상황의 고착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는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라고 답했다.

또 여야 의원 모두 기준금리 인상발(發) 대출금리 상승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를 잇따라 내놓았다.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가계 대출 문제가 방치되고 있다. 뇌관을 제거하든지 폭발력을 제한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도 "취약차주의 경우 금리가 1%p 올라가면 이자가 8200억원 증가하고 이에 따라 1인당 한 달 이자 부담이 52만원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가계부채가 200%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빼고 6곳 정도밖에 없었다. 그런데 가계부채는 규모도 중요하지만 상환 능력이 더 핵심 지표라고 생각한다. 상환능력은 고령층, 청년층을 막론하고 계속 악화되고 있다"면서 "이창용 총재께 대부 역경매 사이트인 '대출나라'를 아시는지 묻고 싶다. 3년 전만 하더라도 급하게 돈을 빌려달라는 글들을 살펴보면 100만~300만원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21만~40만원으로 줄었다. 이는 절박한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창용 총재는 "재정을 통해 정부가 취약계층 관련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가운데 코로나19 피해기업,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대출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위해 주택금융공사에 출자해 안심전환대출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감장 테이블에는 최근 금융권에서 리스크로 떠오른 부동산PF대출과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 등도 언급됐다. 이 총재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발생 가능성에 대해선 "굉장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에 대해서도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우려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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