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금리 8% '코앞'···집값대출과 형평성 논란
당국, MBS 발행 어려워 고정금리 상품 출시 난색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올 들어 9월까지 전세자금대출을 갚지 못해 주택금융공사가 대신 갚은 금액이 지난해 대위변제 금액 규모를 뛰어넘었다. 전세대출은 변동금리형이 대부분인 만큼, 잇단 금리 인상에 주거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차주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의미다.
조만간 전세대출 금리 상단이 연 8%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전세대출의 경우 '안심전환대출' 같은 취약차주 지원정책에도 포함되지 않아 일각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9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전세자금보증 가입자 중 은행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공사가 대신 갚아준 금액은 2409억원으로 집계됐다.
주금공이 운용하는 전세자금보증은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때 담보로 공사보증서가 필요할 경우 이용하는 상품이다. 세입자가 기한 내 은행에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주금공이 대신 갚은 뒤 차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회수하는 구조다.
전세자금보증 대위변제 금액은 2017년 1789억원에서 2020년 2386억원으로 2000억원대를 돌파하더니, 올해엔 9개월 만에 지난해(2166억원) 규모를 가뿐히 넘어섰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전세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는 점에서 연말엔 대위변제 금액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전세대출은 통상 변동금리인 데다 금리 변동 주기가 짧다 보니 차주들은 잇단 금리 인상의 직격타를 그대로 맞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2~3%대였던 주요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상품의 최고금리는 최근 연 7%를 돌파했다.
금융채는 물론이고,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9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0.44%포인트(p) 올라 3.40%가 된 영향이다. 이는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은행별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보면 신한은행의 '신한전세대출(서울보증) 금리는 전날 기준 연 5.31~7.31%(신규코픽스), 하나은행의 '우량주택전세론'은 연 6.418~7.718%(금융채 6개월물·신규코픽스 6개월 기준)로 상단이 연 7%를 넘어섰으며, KB국민은행의 'KB 플러스 전세자금대출'도 연 5.55~6.95%(신규코픽스)로 7%에 다가섰다.
금융권은 조만간 전세대출 금리가 연 8%를 넘어설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은행이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달 '더블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수 있어서다.
문제는 전세대출을 소득이나 자산 수준이 높지 않은 2030세대가 주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전세자금보증 대위변제 금액 중 2030세대의 대출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금리 인상이 이뤄질수록 이들의 부실 가능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문제점을 인식한 당국도 지난달 주금공에서 제공하는 전세자금보증의 한도를 최대 2억원에서 4억원으로 상향하는 등 지원에 나선 상황이다. 다만 전세대출 관련 취약 계층의 부담을 덜어주려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 같은 정책이 전세대출 차주에도 마련돼야 한다는 게 업계 안팎의 지적이다.
현재 당국은 주담대와 달리 전세대출이 2년 이내의 단기대출이 대부분이라는 점, 전세대출을 주택저당증권(MBS)으로 발행하기 어렵다는 점 등에서 안심전환대출 형태의 상품을 출시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보이고 있다. 지금으로선 전세대출 차주들의 금리 인상에 따른 추가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변동금리 차주가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금리인상에 취약한 대출이나, 정작 지원대책 대상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전망되는 만큼 대출 금리는 더 뛸 것으로 보이는데, 고정금리 비중을 늘리려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