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사안인 만큼 물리적 시간 촉박, 연장 요청할 가능성도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금융당국이 약 48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야기한 독일 헤리티지 펀드 판매 금융회사들에 투자원금 전액 반환을 결정하면서 판매사들의 수용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법률 검토 등 내부적으로 고려할 사안이 다수라는 점에서 결정을 미룰 가능성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신한투자증권 등 6개 금융사가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펀드 관련 분쟁 조정 신청 6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했다. 6개 판매사가 중요 부분을 거짓 또는 과장되게 작성한 해외 운용사의 상품 제안서에 따라 독일 시행사의 사업이력, 신용도 및 재무상태가 우수하다고 설명해 투자자들의 착오를 유발했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분조위는 헤리티지 펀드 판매 계약을 취소하고, 판매사인 신한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현대차증권, SK증권, 하나은행, 우리은행에 투자 원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권고했다. 판매 규모는 총 4835억원으로, 신한투자증권(3907억원)이 80.8%를 차지한다. 이어 △NH투자증권(243억원) △하나은행(233억원) △우리은행(223억원) △현대차증권(124억원) △SK증권(105억원) 순이다.
판매사들은 내부 논의에 들어갈 예정으로, 수용 여부가 결정되는 대로 알리겠다는 입장이다. 최다 판매사인 신한투자증권을 비롯, 하나·우리은행 등은 앞서 헤리티지 펀드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투자원금의 50%를 선지급하기로 했다. 대부분 고객에게 지급을 완료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분조위의 펀드 계약 취소 및 전액 반환 결정에 대한 논의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면서 "향후 법률 검토와 고객 보호, 신뢰 회복 등을 두고 여러 방면으로 이사회에서 검토가 이뤄질 예정인데, 수용 여부가 결정되는 대로 금융당국에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판매사들도 이사회 논의를 거쳐 받아들일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다만, 판매사들이 전액 반환 결정을 미룰 수도 있다. 검토할 사안이 다수에 중대한 만큼 금감원이 제시한 기한인 20일은 부족하다는 판단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라임 무역금융펀드 사태 당시 원금 전액 반환 권고를 받은 판매 금융사 4곳은 금융당국에 수용 여부 답변 시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판매사 한 관계자는 "분조위 결정은 소비자 보호와 신뢰 회복 차원에서 중대한 사안인 데다, 사실관계에 대한 추가 확인, 세부적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내부 의사결정이 이뤄지려면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고 여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금감원 측에 공문을 보내 연장을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 측도 판매사들이 연장을 원한다면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사회 일정과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진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판매사들이 결정을 내리기 기한이 촉박할 수도 있다"며 "판매사들의 연장 요청이 올 경우,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수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판매사들이 전액 배상 권고안을 불수용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판매사들의 책임 소재가 뚜렷하긴 하지만, '100% 반환'은 과도하다는 측면이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면서 "이와 별개로 금융당국이 잇달아 전액 배상 결정을 내리면 판매사들은 펀드 상품 판매에 소극적이게 되고, 나아가 시장도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