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T!P] 카드실적 채우면 고금리 주는 적금상품, 실상은?
[금융T!P] 카드실적 채우면 고금리 주는 적금상품, 실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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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적금상품 평균금리 연 4~5%···10% 특판 상품도
우대금리 조건, 이자액 이상 카드실적 필수···'미끼 상품'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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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기준금리 상승, 자금조달 경쟁 등으로 은행들이 앞다퉈 수신금리를 올리면서 대부분의 은행 적금상품 금리가 연 4~5% 치솟았다. 일부 특판 형식으로 10%대 금리를 주는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오는 24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유력한 만큼 수신금리 인상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고금리 적금이 제시하는 우대금리 조건 중 '월 신용·체크카드 이용실적'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배(적금이자)보다 배꼽(카드이용에 따른 지출)'이 큰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2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 중 1년만기 적금금리가 연 4% 후반대~5% 초반대에 형성돼 있으면서 카드실적을 우대금리 조건으로 내건 곳은 케이뱅크, 전북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등이다.

케이뱅크의 '주거래우대 자유적금'은 1년만기 기준 최고 연 5% 금리를 제공하는 대표 적금이다. 우대금리를 제외한 기본금리는 연 4.4%다. 가입기간은 6개월~36개월로, 금리는 2년만기를 기준으로 할 경우 연 최고 5.05%, 3년만기 기준 연 최고 5.10%가 적용된다. 가입금액은 매월 1000~300만원이다.

이 상품의 우대조건은 △케이뱅크 계좌로 급여이체 또는 통신비 자동이체(0.3%p) △케이뱅크 체크카드 월 20만원 사용(0.3%p) 등 2가지다. 1년만기를 기준으로 했을 때 기본금리 연 4.4%에 우대금리 2가지를 모두 충족해 최고 연 5%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0.3%p(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더 받기 위해 월 20만원의 체크카드 실적 조건을 맞추고자 할 경우 최종 만기 때 받을 이자보다 카드값으로 나가는 비용이 더 클 수 있다.

예컨대, 월 최대 한도인 300만원씩을 1년간 납입하고, 우대금리 2가지를 모두 충족했을 때(금리 5% 적용) 만기 때 되돌려받는 금액은 원금 3600만원과 이자(세전) 97만5000원 등 총 3697만5000원이다. 100만원에 육박하는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그 기간 동안 케이뱅크 체크카드로 240만원(월 20만원X12개월) 어치를 결제해야 한다.

두 우대금리 조건을 모두 만족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와 카드실적 조건을 제외하고 '급여이체·통신비 자동이체' 조건만 충족했을 때 받는 이자의 차이가 크지 않은 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같은 조건으로 급여이체·통신비 자동이체 조건만 충족했을 때(금리 4.7% 적용) 돌려받는 이자는 91만6500원(세전)으로, 2개 조건을 모두 만족했을 때 이자(97만5000원)와의 차이는 5만8500원에 불과하다. 만기 때 5만8500원의 이자를 더 받기 위해 1년간 240만원에 달하는 카드비용을 써야하는 셈이다.

이미 케이뱅크 체크카드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이라면 우대금리를 받는 게 유리할 수 있지만 금리만 보고 새롭게 적금에 가입하려는 소비자라면 세부 내용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고 연 7% 금리를 제공하는 전북은행의 'JB카드재테크 적금'도 유사한 경우다. 이 상품의 기본금리는 1년만기 연 2.5%로, 우대금리 조건 충족시 최고 연 4.5%p의 금리를 추가로 제공한다. 납입금액은 월 5만~50만원이다.

우대조건은 △마케팅 동의(0.2%p) △JB카드 신규(연 0.3%p) △JB카드 실적 우대(2.0%p 또는 4.0%p) 등이다. 카드실적의 경우 500만~1000만원이면 연 2.0%p가, 1000만원 이상이면 연 4.0%p가 추가된다.

이 상품 역시 카드실적에 따른 우대금리를 받으려면 이자 이상의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월 최대 납입한도인 50만원을 1년간 저금했다고 가정해보자. 카드실적을 제외한 다른 우대조건 2개를 만족했을 때의 금리는 연 3%다. 500만~1000만원의 카드실적 조건을 만족하면 금리는 연 5%, 1000만원 이상의 조건을 만족하면 연 7%가 각각 적용된다.

3% 금리가 적용됐을 때 1년 만기시 받을 수 있는 이자(세전)는 9만7500원이다. 5% 금리 적용시는 16만2500원, 7% 금리 적용시 22만7500원을 각각 이자로 받을 수 있다. 금리 3%일 때와 5%일 때의 이자액 차이는 6만5000원이지만 카드비용으로 500만원 이상을 결제해야 한다.

또 금리 5%일 때와 7%일 때의 이자액 차이는 6만5000원이지만, 이 때는 카드값으로 1000만원 이상으로 써야 한다. 단순 비용만 비교해보면 카드실적 우대조건을 받지 않는 게 오히려 유리한 것이다.

이 밖에 제주은행에서 판매하는 최대 연 5.5% 금리(1년만기)의 'MZ플랜 적금'과 광주은행의 최고 연 5.3%(1년만기)의 '여행스케치 남도투어적금' 등도 비슷한 구조다. 이들 고금리 상품은 신규고객 유치를 위한 '미끼상품'인 경우가 많다. 특히, 이들 상품은 소비자 입장에서 이익보다 지출이 더 클 수 있는 만큼 꼼꼼히 따져보고 가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금리를 많이 주는 상품인줄 알고 가입하려고 봤는데, 실질적인 기본금리가 낮으니까 소비자 입장에서는 금리가 포장됐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적금의 취지가 목돈을 모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건데, 카드실적 조건의 경우 소비를 조장하는 거라 모순된 지점이 있는 것 같다. 차라리 기본금리를 더 높이는 방향으로 영업전략을 가져가는 게 소비자에게 이롭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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