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정책은 갈팡질팡 시장은 혼돈
[홍승희 칼럼] 정책은 갈팡질팡 시장은 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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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금리인상에 베이비 스탭으로 소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중금리는 빠르게 치솟아 오른다. 기획재정부가 비상 상황에 대비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신용위기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자금시장은 이미 혼돈상태에 접어들었고 금융업의 위기도 커지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기재부는 벌써 두 차례나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었다. 1차 회의 이후 자금시장의 혼돈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불과 한달만에 2차 회의를 열었다. 문제는 그 두 번째 회의 결과 내놓은 대책에 대해서도 시장은 그다지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회사채 발행은 사실상 중단되거나 계획이 취소되고 자금압박을 받기 시작한 기업의 자금수요는 대출로 몰리는 상황이다. 수요가 늘면서 대출금리가 오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자금시장 위기감이 커지면서 시중은행들은 앞 다퉈 예금확보 경쟁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11월 한 달간 고금리 정기예금에 엄청난 자금이 쏠렸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자금을 유치하던 2금융권에 비상이 걸렸고 또 시중은행들은 이자가 아예 없거나 저리인 예금에서 고금리 예금으로 자금이 대거 이동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등 금융기관 내 자금이동이 빠르게 일어났다.

시중은행간 고금리상품 경쟁이 붙자 당국은 수신금리 인상 자제를 구두로 지시해 말거리를 만들고 있다. 지금 가계대출은 감소한 반면 기업의 대출수요가 폭증함으로써 금리 또한 고공행진 중이어서 8년여 만에 최대 폭의 예대금리차를 보이는 데 수신금리 억제를 주문하는 것은 예대마진을 줄이도록 요구해온 기존의 정책방향과도 맞지 않고 시장의 자율성에 대한 과도한 개입으로 비칠 수도 있다.

거시경제를 봐야 하는 당국 입장도 이해할 수는 있지만 현재 쏟아지는 정책들은 큰 그림 없이 일이 터질 때마다 땜질식 처방을 거듭하다보니 정책 간 상호충돌과 모순을 거푸 노출시킨다. 또한 말로는 거시경제를 논하면서도 국내에서 발생한 상황에 코를 박다보니 국제적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응의 기회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자아낸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은 이미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이 예상하고 올해 해결해야 할 주요과제로 설정했던 이슈들이다. 당시 금감원은 –부동산, 주식, 코인 등 자산시장 충격 –취약차주 부실화 –대내외 자금조달 어려움 등을 예상하고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제대로 내렸다.

그러나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제문제는 후순위로 밀리고 정치적 기선제압에 총력을 기울이다보니 제대로 된 대비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거기 더해 레고랜드 사태라는 폭탄까지 떨어지며 대다수 기업들은 물론 그 기업에 돈줄이 돼야 할 금융회사들마저 자금확보에 올인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어려움이 예상됐던 해외 자금조달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지난해 신용스프레드 제로에 수렴했던 한국 정부의 신용도마저 심각하게 손상을 입으며 향후 더 높은 조달비용을 감수해야 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흥국생명 콜옵션 건은 사태는 더욱 악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한국은행은 물가인상을 거론하며 소폭이나마 금리인상을 했지만 정부가 50조가 넘는 시장 지원을 하고 금융기관들을 닦달해 추가로 130조원을 조달하게 만들면 금리인상 효과가 거꾸로 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준금리를 소폭 올린들 시중금리는 그보다 빠른 속도로 오르니 별무소용이다.

가계는 이미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금리 부담이 늘면서 이미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던 부동산시장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대출을 위한 자금조성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건설업 위기로 확산되고 그 첫 신호탄으로 경남 지역 기반 동원건설의 부도가 발표됐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적잖은 기업들의 부도 도미노가 발생할 위험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정치인들이 경제와 금융에 무지할 수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스스로의 무지를 인식하고 인정하지 못하는 그런 정치인들의 정치를 위한 경제 주무르기가 관료는 눈치만 보고 전문가들은 침묵하게 만들면서 국가경제를 위험하게 하고 멀쩡한 기업을 흑자도산으로 내몰며 민생은 도탄에 빠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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