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아휴, 문의 전화가 이렇게 많이 들어와요."
6일 오전 '겨울 중 가장 춥다'는 소한(小寒)이지만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에는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 3일부터 시작해 오는 17일까지 정당계약을 받는 둔촌주공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찾은 인근 공인중개소는 해당 단지에 대한 문의 전화를 응대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실제 취재를 위해 10여분간 머무르는 동안 전화만 3통이 이어졌다.
당초 둔춘주공은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분양가격이 13억원대로 중도금 대출이 막히면서 평균 5.45대 1대의 저조한 청약 경쟁률을 보였고 미계약 우려까지 나왔다. 하지만 지난 3일 정부 규제 완화책 발표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는 전언이다.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이 부동산 규제지역과 분양가 상한제에서 해제되면서 실거주 의무와 전매 제한, 분양가 12억원 초과 주택 대상 중도금 대출 제한 등 규제가 풀렸기 때문이다.
둔촌주공 인근 A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이모씨는 "대책 발표 이후 문의량이 5배 정도 늘어났다"며 "발표 이전에는 계약할지 말지에 대한 문의가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미래가치나 전세가 얼마나 나올지 등으로 고민의 내용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견본주택 현장도 활기를 띠었다. 사전예약자에 한해 방문을 제한했음에도 5분에 한 팀가량씩 단지를 살펴보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전용 84㎡ 당첨자라 밝힌 서모씨는 "초등학생인 아이들 학군과 주변 환경, 입지 등을 고려해 계약을 결심했다"며 "분양가나 주변 집값이 내려간 게 조금 걸리지만 향후에 (둔촌주공 가격이)떨어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정부에서 규제를 대폭으로 풀어주니까 마음이 편해지고 부담도 많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당첨자인 김모씨는 "평수도 좋고, 대단지여서 좋은데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 생각을 더 해보려고 한다. 규제가 많이 풀리면서 사놓는 게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오늘 보니까 계약 안 하려던 사람들도 많이 온 거 같고, 실제 계약을 하고 가는 사람들도 많아서 내일 오후쯤에 계약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처럼 투자 문턱이 낮아지면서 계약률 80%대까지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계약금이 20%인 현장 특성상 비선호 주택형인 전용면적 49㎡ 이하에서 일부 미계약이 발생하더라도 높은 계약률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 "시장에서 언급되는 80% 이상, 90%대까지도 계약률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현재 가격이나 입지 등을 고려했을 때 둔촌주공의 대안이 없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당초 선별 청약 시기에 들어온 사람들이 남은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계약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일부 물량이 남더라도 전체 세대수의 5% 정도로 예상되는데 이 물량도 금방 소진돼 무순위 청약으로까지 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견본주택 입구 주변으로는 분양권을 알선하는 이동식 중개업자, 이른바 '떴다방'도 등장해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이들은 계약을 마치고 나온 당첨자들에게 명함을 돌리거나 물품을 제공하면서 계약 여부를 확인하고 프리미엄을 얹어 되팔아주겠다며 접근했다.
한편으로는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지고 전매제한이 풀리는 등 규제가 완화됐지만 7%에 육박하는 고금리 상황에서 선뜻 계약에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견본주택을 둘러보고 나왔지만 계약을 고민한다고 밝힌 한 청약당첨자는 "고민 지점은 가격이다. 규제를 완화해줬다고 하지만 실제 계약자 입장에서는 물꼬를 텄을 뿐이고 나중에 정 안되면 던질 수 있게 퇴로를 열어준 수준에 불과하다"며 "금리는 전혀 인하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견본주택을 살펴보고 결정한다는 당첨자 이모씨도 "규제 완화와 별개로 대출받는 게 가장 큰 고민이다. 대출이자 높아서 갚을 능력이 되는지 아닌지에 대한 부분들이 고민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