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가계부채 구조, 통화정책 결정을 복잡하게 만든 요인"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올해는 물가에 중점을 두면서도, 경기 및 금융안정과의 '트레이드 오프(trade-off·상충관계)'에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외신기자클럽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올해는 국가별로 통화정책이 차별화되는 가운데,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와 주요국 통화정책 운용 여건의 공통점으로 △예상 밖에 높은 인플레이션 △달러화 강세 △높은 레버리지 수준 하의 통화긴축 등을 꼽았다.
그는 "물가의 경우 금융위기(GFC) 이후의 저물가 기조가 끝나고 글로벌 고(高)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났다"며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미 연준이 금리를 빠르게 인상함에 따라 달러화 강세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 달러화 지수는 지난해 1~10월 중 16.6% 절상되면서 해당 기간 원화를 비롯한 주요국 통화가치는 큰 폭 하락했다. 다만 10월 이후 달러화 강세는 진정되고 있다.
이어 이 총재는 "한국과 같은 에너지 수입국에서는 유가가 오른 상황에서 환율까지 급등하자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됐다"며 "과거에는 달러 가치와 유가 간에 역의 관계가 나타났는데, 지난해에는 두 변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한국 경제의 어려움도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 총재는 "지난 십여년간의 저금리 환경에서 나라마다 부채의 종류와 구조는 다르지만 전 세계적으로 레버리지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며 "여기에 글로벌 통화 긴축이 맞물리면서 금융안정 면에서의 취약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반면 한국만의 특수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유로지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가격 급등에 따른 공급측 요인의 영향이 더 컸다"며 "반면 미국은 팬데믹 회복과정에서 늘어난 재정지출,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 등의 물가압력이 더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경우 수요·공급 요인의 기여도가 양 지역의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며 "해당 차이는 향후 에너지가격 하락 시 각국의 인플레이션 조정 양상의 차별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통화정책 대응도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총재는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구조가 통화정책 결정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단기부채 및 변동금리 비중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통화 긴축 및 주택가격 하락에 대한 소비지출 및 경기의 민감도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금리 인상 효과의 누적으로 인플레이션과 경기 간에 상충 관계(trade-off)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주요국의 물가 향방에 대해서도 진단했다. 이 총재는 "올해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다만 한국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의 영향이 소비자물가에 뒤늦게 반영되면서 주요국과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부채문제로 한국의 금융시스템에 단기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다만 부동산 관련 부문에서 어려움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도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