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리딩뱅크' 비은행 기여도에 갈렸다···신한 '선방' vs KB '후퇴'
작년 '리딩뱅크' 비은행 기여도에 갈렸다···신한 '선방' vs KB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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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성장 속 역대급 실적 예고···순익 5조 육박
비은행 실적 추락···은행 의존도 높인 KB금융
KB금융그룹(왼쪽)과 신한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KB금융그룹(왼쪽)과 신한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국내 금융그룹들이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리딩뱅크(선도금융)'를 다투는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은 순익에서 비은행이 차지하는 기여도에 따라 희비가 갈렸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금리 상승 등으로 비은행 계열사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하는 상황에서 신한금융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선방한 반면, KB금융은 비은행 비중 추락을 방어하지 못했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지배주주 기준) 추정치는 각각 4조9430억원, 4조7778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22.9%, 8.4% 증가한 규모로 추정치 대로라면 두 그룹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이다.

두 금융그룹의 호실적은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긴축 기조로 돌아선 지난 2021년 8월부터 1년5개월 새 기준금리가 3%p(포인트) 오르면서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가 확대됐는데, 그만큼 은행을 중심으로 한 이자이익이 대폭 늘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지난 2021년 12월 말 2.21%p에서 지난해 11월 말 2.51%p까지 확대됐다. 이는 2014년5월(2.51%p) 이후 8년6개월 만에 최대치다. 예대금리차가 확대됐다는 것은, 그만큼 은행들이 '이자장사'를 통해 손쉽게 수익을 거뒀다는 의미다.

실제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이자이익은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신한금융은 7조8477억원, KB금융은 8조3392억원에 달하는 누적 이자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7.8%, 19% 증가한 수치다.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2021년 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신한금융은 1.83%에서 2.00%로 0.17%p, KB금융은 1.83%에서 1.98%로 0.15%p 개선됐다. 이같은 추세는 다음달 발표되는 지난해 연간 실적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 금융그룹이 지난해 리딩뱅크 지위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 이자이익을 기반으로 한 은행의 큰 폭 성장이 있었던 점을 두고 손쉬운 이자장사에 매몰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고물가 등으로 서민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인 만큼 고금리로 수익을 낸 데 대한 비판 수위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상대적으로 비은행 비중이 크게 줄어든 곳은 KB금융이다. 비은행 비중이 줄었다는 것은 은행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것으로, 이자장사에 더 치중했다는 의미도 된다. 핵심 계열사인 KB증권, KB국민카드, 푸르덴셜생명을 비롯해 KB자산운용, KB생명보험 등 계열사 대부분의 순이익이 하락한 데 따른다.

실제 KB금융의 비은행 순익 비중(당기순익 단순합계 기준)은 2019년 26.4%에서 2020년 33.5%, 2021년 41.2%로 꾸준히 확대되다 지난해 3분기 36.7%로 줄었다. 2021년 3분기(40.5%)와 비교하면 3.8%p 줄었다. 지난해 4분기 증권 등 핵심 비은행 계열사들의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종 비은행 비중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와 반대로 신한금융의 비은행 비중은 2019년 34%에서 2020년 41%로 올랐다가 2021년 42%, 지난해 3분기 기준 43%를 기록했다. 최근 2년간 큰 폭의 상승을 이루진 못했지만 비중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신한금융은 저축은행, 캐피탈, 자산운용, 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들이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루면서 은행 의존도가 높아지지 않았다. 증권업이 전반적으로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증권 사옥 매각으로 특별이익을 통해 수익 악화에 대응하기도 했다. 다만, 사옥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순익은 30% 가량 줄었다.

비은행 비중 실적만 봤을 때 KB금융이 균형적인 포트폴리오 구축과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은행업과 비은행업은 금리 변동주기에 따라 수익이 상반되는 성격을 지니지만,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상황에서 은행 대비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이 크게 축소된 점은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오랜 기간 다져온 은행업은 업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적자는 나지 않는 구조"라며 "결국 금융지주사가 글로벌에 견주는 그룹으로 크려면 비은행 성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재까지의 실적만 보면 비은행 경쟁력 강화에 성공했는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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